허가체계 15일부터 전면개편
제약업계에서 ‘제네릭 특허전쟁’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달 15일부터 개정 약사법 시행으로 제네릭 허가 체계가 전면 개편되기 때문이다. 변화의 골자는 오리지널 약을 만든 제약사의 특허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오리지널 제약사와의 특허 소송에서 승리한 제네릭 제약사에 일정 기간 동안 판매 독점권을 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네릭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제약업계가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 “특허 침해” 이의 없으면 판매 금지
그동안은 어떤 제약사나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와 무관하게 제네릭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만약 특허침해 논란이 생기면 당사자들이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 제네릭업체는 복제약 허가 신청 사실을 의무적으로 오리지널 제약사에 알려야 한다. 그리고 오리지널 제약사가 특허를 침해받았다고 제기해 특허침해소송에서 승소하면 제네릭 판매가 금지된다.
이것은 원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사항 중 하나다. 협상 당시에도 오리지널 제약사의 특허권을 과도하게 보호한다는 논란이 일어 한미 양국은 협정 발효(2012년 3월 15일) 3년 후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정부는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했다. 제네릭 제약사가 오리지널 제약사와의 특허 소송에서 이길 경우 9개월간 제네릭 판매 독점권을 주는 ‘우선 판매 품목 허가제도’다. 결과적으로 특허 소송에서 이긴 제네릭은 9개월간 오리지널 약과 일대일로 경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황유식 한미약품 상무는 “소수의 제약사가 특허를 무력화시키면 다수의 제약사가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제네릭을 출시해온 게 업계 관행이었다”며 “앞으로는 이런 ‘무임승차’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소 업체들은 “대형 회사들의 입장만을 생각한 제도”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 “제네릭의 약값 인하 효과 줄어들 수도”
특허 소송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제네릭에 대한 특허권을 남들보다 빨리 오리지널 제약사의 특허권에 도전해 성공한 제네릭 회사(퍼스트제네릭)은 9개월 동안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황금기’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 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있다. 인텔리콘법률사무소의 임영익 변호사는 “우선판매품목 허가 제도는 ‘1등 독식제’와 다름없어 특허심판청구와 허가신청을 먼저 하는게 중요하지만, 최초로 심판 청구를 하지 않아도 심판 결과가 먼저 나오면 우선 판매권을 얻을 수 있는 등 여러 조합이 가능하다”며 “이 제도는 예상 외로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정교한 특허 전략이 필요하며, 제네릭 회사간의 공동 특허 소송 현상도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우선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특허 소송이 끝날 때까지 복제약 출시가 지연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7년 보건복지부는 복제약의 시장 진입 지연 기간을 9개월로 가정할 경우 제네릭업체들의 매출 손실액은 연간 370억∼79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특허 소송을 이용해 복제약 출시를 최대한 늦추려 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오리지널 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 기간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주영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도 “시장에 오리지널 약과 소수의 제네릭만 유통되면 약값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 가격 인하라는 제네릭의 순기능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