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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사물인터넷과 창조경제

입력 | 2015-03-11 03:00:00


아이가 오줌을 싸면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기저귀, 집주인의 스마트폰에 연결돼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사진을 찍어 전송해 주는 초인종, 스마트폰을 밥솥에 갖다 대면 조리법이 입력되는 전기밥솥, 올라서면 심박수까지 측정해 주는 체중계…. 제품의 고유한 기능에 인터넷 기능을 더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 상품이다. 맹인도 운전할 수 있는 ‘구글 카’는 IoT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미국 정보기술(IT) 연구 및 자문 회사인 가트너는 2020년까지 PC와 태블릿, 스마트폰 등 전통적 인터넷 기기를 제외하고도 260억 대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된다고 내다봤다. 부가가치도 엄청나 2020년까지 IoT 산업 매출은 3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코의 최고경영자(CEO) 존 체임버스는 IoT가 “하이테크 산업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정보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의 IoT 경쟁력이 100점 만점에 52.2점, 주요 20개국 중 12위밖에 안 된다는 성적표가 나왔다. 컨설팅기업 액센츄어 평가 결과 미국이 64점으로 1위이고 그 다음이 스위스(63.9점) 핀란드(63.2점)다. 한국은 연구개발(R&D) 비용 및 인적 인프라, 대중의 제품 구매 및 신기술 수용 능력에서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았으나 사업기반(14위)과 혁신동력(13위)에서 떨어졌다. 기술이 있어도 투자를 받기 어렵고 리스크를 짊어지려고 하는 기업가 정신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기술이 시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은 IoT뿐만 아니라 한국 벤처 생태계의 고질적 문제다. 미국은 압도적 규모의 에인절 캐피털과 벤처 캐피털이 벤처기업의 실패를 기꺼이 용인해 준다. 한국의 벤처 캐피털은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실패하지 않을 기술이나 단기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에만 돈을 대주니 ‘벤처(모험)’라는 이름이 아깝다. IoT 관련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투자자를 찾아가면 “시제품부터 가져오라”는 식이다. 정보기술(IT) 선진국에서 IoT 선진국으로 가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일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