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외이사들, 99.7%의 찬성표…“거수기 역할 확인”

국내 대기업의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상정된 이사회 안건에 대해 99.7%의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49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241개 상장사 중 주주총회소집공고를 제출한(이달 6일 기준) 37개 그룹 167개 기업의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조사한 결과 총 692명의 사외이사들이 3774건의 안건에 대해 총 1만3284표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중 99.7%인 1만3243표가 찬성이었다. 찬성이 아닌 41표 중 반대는 13표로, 의결권 1000개 중 1개꼴에 그쳤다. 나머지 28표는 △유보 △보류 △기타 등으로 찬성과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은 표였다. 불참은 찬성률 집계에서 제외했다.

CEO스코어 측은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 및 감시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제도가 도입 취지와 달리 경영진을 보호하거나 상부상조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37개 조사 대상 그룹 중 68%인 25곳은 사외이사들의 안건 찬성률이 100%였다. 특히 10대 그룹 이외의 기업집단일수록 사외이사들이 100% 찬성표를 던진 곳이 많았다. 10대 그룹 중에서 100% 찬성률을 보인 곳은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진 등 4곳(40%)이었지만, 10대 그룹 이하 중견그룹일수록 100% 찬성 비중이 70%대에 이르렀다.

롯데는 43명의 사외이사가 278건의 안건에 대해 1130표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찬성률은 100%.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역시 각각 24명과 4명의 사외이사들이 423표와 43표를 던졌는데 모두 찬성이었다.

11~20위 그룹에서는 KT, 두산, 신세계, CJ, LS, 금호아시아나, 동부 등 8곳 중 7곳(88%)이 사외이사 찬성률 100%였고, 21~30위 그룹에서는 현대, 에쓰오일, 현대백화점, 효성, 영풍 등 7곳 중 5곳(71%)이 100%였다. 30위 밖(31~49위)에서는 12개 그룹 중 한진중공업, KCC, 태광, 대성, 세아, 태영, 아모레퍼시픽, 삼천리, 한솔 등 9곳(75%)이 100% 찬성이었다.

삼성그룹은 74명의 사외이사들이 1536건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반대표는 없었지만 참관이 2건 있어 찬성률이 99.9%엿다. SK(99.9%), GS(99.4%), 대림(99.5%), 한라(99.3%), 교보생명(98.1%), KT&G(95.9%) 등도 비슷한 이유로 찬성률이 100%에 미치지 못했지만, 반대표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안건에 대한 참석률은 평균 94.0%였다. 이들의 사외이사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4900만 원이었다. 이사회 참석 한 회 당 평균 450만 원씩을 받았다. 평균 연봉은 삼성이 7500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KT와 한솔이 3000만 원으로 사외이사 연봉이 가장 작았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