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
작년 한 해 크게 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 기업의 배당수준은 실망스럽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0∼2012년 배당수익률은 2% 내외에서 1%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배당성향도 아쉽다. 배당성향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은 물론이고 대만과 싱가포르보다 뒤진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에 포함된 45개국 중 44위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당이 늘어나면 두 가지 효과가 예상된다.
첫째,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증시가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배당수익률을 높이면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실증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시에테제네랄은 배당수익률이 높으면 약 5년 동안 주가수익률이 높았고 그렇지 않으면 수익률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배당 확대는 기업의 자금 확보를 도울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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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을 속히 이루고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첫째, 법제화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배당 개선정책을 검토해왔지만 입법 과정의 난맥상을 고려했을 때 정책이 적기에 법제화될지는 불투명하다. 따라서 선제적 행보가 필요하다. 실적과 부채비율이 양호한 공기업의 배당을 늘려야 한다. 연기금은 기업 경영의 자율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배당에 대한 발언권을 적절히 행사해야 한다.
둘째, 경제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기업인들이 배당을 소홀히 한 데는 국내외 기업의 환경 악화가 한몫했다. 그렇기에 배당 개선이 지속되게 하려면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노동, 복지 개혁을 단행하는 한편 정치인들이 양산하는 근시안적 반기업 정책과 맞서야 한다. 경제 구조개혁과 배당금 개혁은 별개가 아닌 것이다.
을미년 한 해가 기업과 국민, 증권업계 그리고 국가경제가 윈윈하는 상장사 배당수준 개선 원년이 될 수 있기를, 이를 통해 횡보를 거듭해온 우리 증시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