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외제차를 훔친 뒤 다른 차량에서 현금 뭉치를 털어 유흥비로 쓰려던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4일 A 군(17)과 B 군(17) 그리고 C 군(16) 등 3명을 절도혐의로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광주의 한 중학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지난달 광주 남구의 한 거리에 시동이 켜진 채 세워져있던 시가 8000여만 원의 2014년식 흰색 아우디 A6를 훔쳤다. 훔친 차를 타고 또 다시 차량 털이를 시도하던 이들은 2일 전남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돌다 차량 주인이 비상금으로 차에 넣어둔 현금 뭉치를 발견하고 돈을 훔쳤다. 이들이 훔친 돈은 1500만 원. 세 묶음으로 나뉘어진 5만 원 권 300장이었다.
거금을 손에 쥔 이들은 서울로 올라가 클럽이나 술집에서 돈을 쓰기로 결심했다. A 군과 B 군은 후배인 C 군에게 운전대를 잡게 했다. 전과가 없는 C 군에게 경찰에 걸리면 범행 일체를 혼자 뒤집어쓰라는 지시도 내렸다.
경찰 조사에서 C 군은 계획대로 혼자 죄를 뒤집어쓰려했다. A 군과 B 군은 C 군이 아버지 차를 타고 서울에 있는 자신들을 만나러 올라온 줄 알았다고 말했다. C 군도 자신이 혼자 차를 훔쳐 서울로 올라온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일단 A, B군은 석방했다. 하지만 C 군의 휴대폰에 있던 현금 다발 사진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이들이 공범인 정황을 포착했다. 그리고 A 군과 B 군이 머물던 서울 송파구의 한 모텔 침대 밑에 있던 현금 1500만 원을 발견해 압수하고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A 군과 B 군은 동종 전과가 많고 죄질이 불량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C군은 초범임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하고 청소년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선도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