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불완전판매 펀드 피해 구제신청 안한 174명 찾아 보상
하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면서 손실이 쌓이기 시작하더니 2007년 하반기에 원금은 3000만 원까지 줄었다. 결국 박 씨는 펀드를 환매했다.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던 중 박 씨는 작년 말 우리은행 직원에게서 ‘펀드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안내전화를 받았다. 올해 1월에는 실제로 손실액 2000만 원 중 800만 원을 보상받았다. 박 씨는 “은행이 손실을 보상받으라고 직접 전화를 해주길래 처음엔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금융감독원에 확인 전화까지 해봤다”고 말했다.
○ ‘깡통펀드’ 대명사였던 우리파워인컴펀드
우리파워인컴펀드는 유럽, 미국, 캐나다의 주가지수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었다. 당시 우리은행은 투자자들에게 우리파워인컴펀드를 판매하며 “주가 수준과 관계없이 6년간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연 1.2%를 추가로 주는 안정적인 상품”이라고 안내했다. 2716명의 투자자가 1631억 원을 펀드에 가입했다.
하지만 사실 우리파워인컴펀드는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손해를 보는 파생상품이었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세계 증시가 폭락하자 펀드의 가치도 곤두박질쳤다. 펀드 자산은 원금의 80%로 떨어졌다. 2716명의 투자자 중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에 환매한 투자자를 제외한 2658명이 손실을 봤다.
○ 조정 신청 잇달아
하지만 지난해 5월 금감원에 한 통의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은 “우리파워인컴펀드로 피해를 본 지 몇 년이 지났다. 대체 어떻게 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성수용 금감원 분쟁조정국 팀장은 “조정 신청 절차를 알지 못해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우리은행에 ‘우리파워인컴펀드 피해액을 보상받지 못한 투자자들을 찾아 보상 절차를 안내해 주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금융사고 피해자를 찾아 보상 안내를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은행은 두 달간 피해자들을 찾았고 결국 보상을 받지 못했던 228명 중 연락이 닿지 않은 54명을 뺀 174명이 총 9억6600만 원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
○ 급증하는 금융분쟁 조정
불완전판매 등으로 피해를 보는 금융소비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이 처리한 금융분쟁 조정 건수는 총 4만4191건으로 역대 최대였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로는 소비자 본인이 직접 금융당국에 피해 조정을 신청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우리파워인컴펀드 사례도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을 통해 174명의 ‘숨은’ 피해자를 찾아 보상하지 않았다면 보상받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집단 금융분쟁 조정제도가 도입되면 금융회사들이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은 지금보다 더 쉽게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관련법이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 의원들을 적극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balgun@donga.com·백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