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쌍영총 주실북벽(主室北壁)의 부부상.
약 430년 전, 원이엄마가 남편의 관에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미투리와 함께 넣어 둔 한글 편지의 일부다. 함경도에서 전승되었던 ‘도랑선비와 청정각시의 노래’는 딱 그런 심정을 잘 담아낸 신화이다.
청정각시가 도랑선비라는 양반집 사람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신랑은 위풍당당하게, 성대한 혼수와 여러 하인을 데리고 신부 집에 이르렀다. 그런데 대문에 들어가려고 할 때, 무엇인가가 신랑의 뒤통수를 집었다. 그 때문인지 신랑은 혼례식을 겨우 마치고 큰상을 받고서도 영 맥을 못 추었다.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말을 하지도 못하고, 방에 누워만 있는 것이었다. 밤중이 되자 여전히 정신이 혼미한 신랑이 첫날밤도 치르지 않은 채, 갑자기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면서 기막힌 말을 하였다. “내일 오시에 저 너머 불칠고개로 단발한 놈이 넘어오거든 내가 죽은 줄 아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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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이 살려거든 집에 돌아가서 석 자 세 치 명주로 오대조 할아버지께서 심으신 노가지향나무에 한 끝을 걸고 한 끝은 당신의 목에 걸고 죽으시오. 죽어서 저승에서라야 우리 둘이 잘 살 수 있을 것이오. 나는 우리 할아버지가 재물을 탐하고 백성을 죽인 죄로 이렇게 되었소.”
청정각시는 이승에서, 기쁜 마음으로 죽었다. 신랑은 저승에서, 크게 기뻐하며 각시를 맞았다. 도랑선비와 청정각시, 죽어서야 저승에서야, 비로소 부부가 된 것이다. 후에 둘은 인간 세상에 환생하여서도 부부로 살다가 죽은 망령들을 위한 굿에서 신으로 함께 모셔졌다니, 분명 그 망령들은, 저세상에서도, 저세상에서라도 심신을 함께하고픈 부부일 터이다. 살아서도 부부, 죽어서도 부부, 그것이 부부다.
최원오 광주교육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