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후강퉁 투자 100일
중국으로 눈을 돌린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해 국내 증권사들은 중국 현지 금융회사와 잇따라 손잡으며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 중국주식 직접거래 1조8000억 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 거래를 허용한 후강퉁 제도가 시행된 지난해 11월 1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1조7780억 원 규모의 상하이A주를 거래했다. 모두 1조2315억 원어치를 사들이고 5465억 원을 팔아 순매수액은 6850억 원이었다.
시기별로 보면 중국 증시가 3,000을 뚫고 3,300 선까지 고속 질주했던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거래 금액(9565억 원)이 1조 원에 육박했다. 지난달 중순 단기 과열을 우려한 중국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증시가 조정을 받자 최근 한 달간 거래 금액은 5389억 원으로 줄었다.
중국 본토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를 부담스러워하는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의 ‘랩어카운트 상품’을 통해 후강퉁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나대투 한국투자 삼성 유안타 대신 대우증권 등 6개 증권사가 지난해 말부터 선보인 ‘중국 본토 주식 랩’ 상품에는 17일까지 1624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정재훈 하나대투증권 전략랩운용실 차장은 “부자 고객뿐 아니라 일반 고객들도 투자 분산 차원에서 중국 증시에 많이 투자한다”며 “랩 상품 가입자가 많을 때는 하루 1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 최대 투자종목은 중신증권…업종 1등주 투자
후강퉁 직접투자에 나선 한국 투자자들의 성적은 어떨까. 삼성 유안타 한국투자 NH투자증권 등 8개 증권사를 통해 국내 투자자들이 거래한 상위 5개 종목을 집계한 결과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종목은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中信銀行)이었다. 중국 자본시장 개방의 수혜주로 꼽히는 중신증권은 후강퉁 시행 이후 17일까지 89.7%나 뛰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과거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소득 수준이 올라갈 때 급성장했던 자동차, 소비재, 금융업종의 대표주에 투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내수소비 성장을 유도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서비스 산업, 특히 정보기술(IT), 헬스케어 산업에도 관심을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