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페이스샵 등에 밀려 업계3위 추락… 홍콩에선 주요매장 폐점 고전 커피 한잔값 한정판 신제품 품절… “생존 위해 가격 경쟁력 강화”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미샤’ 화장품 매장에는 신제품 ‘매직쿠션’을 사러 왔다 품절됐다는 말에 발길을 돌리는 여성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갑작스러운 품절사태를 부른 이 제품의 가격은 웬만한 커피전문점의 음료 한 잔 가격 수준인 4800원.
이 제품은 다음 달 1일까지만 이 가격에 팔고, 이후 1만3000원 안팎으로 가격이 뛴다.
미샤가 초심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최근 어려워진 경영실적 때문이다. 미샤는 창업주 서영필 회장이 2000년에 배송비 3000원에 부가세 10%를 붙여 3300원짜리 화장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했다. 제품 이름을 알리기 위해 사실상 공짜로 주면서까지 저가 화장품 신화를 써내려왔다… 하지만 2005∼2010년 후발주자인 더페이스샵에 밀려 고전을 겪었다. 2011년 로드숍 화장품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2년 만에 더페이스샵에 다시 왕좌를 내줬다.
부진이 이어지며 지난해에는 이니스프리에까지 밀려 업계 3위로 내려앉았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2014년 전체 매출은 4383억 원으로 전년(4424억 원)보다 41억 원 줄었다. 영업이익도 132억 원에서 67억 원으로 절반 감소했다. 에스티로더와 SK-Ⅱ 등 해외 고가 브랜드 인기 제품에 도전하는 비교 광고를 앞세운 신제품이 잇달아 히트한 2012년 최고매출(4523억 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 내림세다. 또 최근에는 홍콩 해외사업도 현지 관계사의 경영악화 등의 악재를 맞아 시내 주요 지점의 매장을 닫는 등 고전을 겪고 있다.
실적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미샤가 초저가 전략을 공격적으로 내세운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포화상태인 중저가 로드숍 화장품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황에도 소비자 지갑을 열기 가장 쉬운 방법인 초저가 공세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샤가 2011년부터 시도해 매출에서 재미를 봤던 명품 화장품의 비교 제품 시리즈를 추가로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미샤의 공격적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2월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5년 내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부문 매출을 따라잡고 아모레퍼시픽과 국내 화장품 ‘2강’ 체제에 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4분기(10∼12월) 화장품 매출 실적만 해도 미샤의 1년 매출을 훌쩍 앞서는 5580억 원에 이른다.
로드숍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드숍 브랜드 경쟁이 심화된 2000년대 후반 이후 이번 미샤가 선보인 신제품처럼 공격적인 가격을 내세워 시장을 환기시킨 전략이 없었다”며 “아직 초기인 만큼 앞으로의 가격 전략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광수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샤가 초반보다 평균 가격 수준이 상승한 로드숍 브랜드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상품 구색 강화 등 다양한 차별화 방법을 강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