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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도 과거엔 초라한 가게였다는 사실…아시나요

입력 | 2015-02-24 06:40:00

지금은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로 성장한 블랙야크지만 그 모태는 종로5가의 작은 등산장비 전문점이었다. 1985년 동대문 시장의 동진산악, 1989년 서울 압구정동 본사사옥을 신축하며 문을 연 동진레저백화점은 당시 서울에서 제일 큰 레저전문점이었다. 1999년 7월에는 초창기 동진산악이 있었던 남대문에 동진레저 남대문점을 오픈했다(맨 위쪽부터). 사진제공|블랙야크


■ 아웃도어 브랜드 탄생의 비밀

동진레저로 시작…글로벌브랜드로 성장
컬럼비아, 美 포틀랜드 모자회사가 전신
머렐, 카우보이용 부츠 제작하던 브랜드
밀레는 가방·살로몬은 스키장비로 시작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창대하리라.”

개업집 벽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구다. 원문은 구약성경의 욥기에 나온다. 블랙야크, 컬럼비아, 밀레 등 지금은 세계 아웃도어 시장을 주름잡으며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됐지만 이들도 시작은 미약하였고 소박하였으며 심지어 초라하기까지 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탄생의 비밀을 알아본다.

● 대학생들의 의기투합으로 탄생한 마모트

토종브랜드를 넘어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로 급성장 중인 블랙야크는 지독한 가난이 싫어 고등학교 졸업 후 무작정 제주도에서 상경한 강태선(66) 회장이 일군 브랜드다.

1973년 지인에게 보증금 50만원을 빌려 서울 종로5가에 차린 등산장비 전문점 ‘동진산악(후에 동진레저로 개명)’이 출발점이었다. 잘 되던 장사에 찬바람이 분 것은 1992년 국립공원 내 야영과 취사가 금지되면서부터. 등산장비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강 회장은 1996년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히말라야에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검은 야크를 보고 소리쳤다. “그래! 블랙야크다!”. 등산패션 브랜드 블랙야크는 이렇게 해서 탄생하게 됐다.

컬럼비아(컬럼비아스포츠웨어컴퍼니)의 회장인 거트 보일 여사 가족은 독일계 유대인으로 히틀러의 집권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1938년 미국 오레곤주의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작은 모자회사가 오늘날 컬럼비아의 전신이다. 컬럼비아(Columbia)라는 브랜드명은 포틀랜드를 관통하는 컬럼비아 강에서 따왔다. 혹자는 컬럼비아가 남미의 국가 콜롬비아(Colombia)의 브랜드로 오인하기도 하는데, 둘 간에는 아무 관련이 없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라면 마모트도 빼놓을 수 없다. 1974년 탄생한 브랜드로 침낭, 텐트분야의 강자(미국 판매1위)다. 마모트의 시초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캘리포니아에 살던 대학생 에릭 레이놀즈와 데이브 헌틀리는 빙하 관련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알래스카의 주노 빙하를 찾았다. 하지만 자신들이 가져간 장비는 혹독한 알래스카 빙하환경에 맞서기에 역부족이었고, 추위 속에서 개고생을 겪은 두 사람은 아예 직접 아웃도어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다. 1973년 에릭과 데이브는 학교 기숙사에서 자신들의 첫 번째 제품인 다운조끼, 스웨터, 3종류의 다운침낭을 완성했다. 이 침낭 중 가장 따뜻한 침낭인 피카 침낭(현재의 CWM)은 무려 영하 45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제품이었고, 당시 168달러에 판매됐다. 이것이 오늘날 마모트의 시작이었다.

● 레지스탕스가 쓰던 배낭에서 비롯된 밀레

밀레는 1921년 마르크 밀레 부부가 만든 브랜드다. 프랑스 마르셀에서 식탁보를 제작하던 이들이 독립해 맨 처음 생산한 제품은 예비가방과 잡주머니. 직원 10명과 함께 가방을 생산하던 밀레 부부는 1934년 프레임이 들어간 배낭을 처음으로 개발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밀레의 명성은 이들 부부의 아들인 레이몬드 밀레와 르네 밀레 대에 이르러 본격화됐다. 1940년대 초 히틀러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 일원이 된 두 형제는 레지스탕스에 밀레 배낭을 공급하면서 실용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르네 밀레가 본격적인 등산용 배낭 개발에 나섰고, 프랑스 원정대의 안나푸르나 원정을 지원하면서 밀레는 급성장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살로몬아웃도어는 등산, 캠핑이 아닌 스키가 시발점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1947년 프랑수와 살로몬과 그의 아들 조르주 살로몬이 현대적인 스키 바인딩을 개발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78년에는 글로벌 스키장비 브랜드로 성장했다. 알파인스키, 보드에서 노르딕 부츠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기술의 제품으로 1990년에는 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섰다. 1997년 스포츠영역으로 확대한 살로몬은 2006년 하이킹, 트레일러닝 분야에 고유의 기술을 접목시키며 아웃도어 분야에서도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머렐은 1981년 험난한 지형으로 유명한 미국 유타주에서 랜디 머렐이 창시한 브랜드이다. 시작은 카우보이용 부츠 제작이었다. 100% 수작업으로 완성된 머렐의 부츠는 당시 큰 인기를 끌었고 매거진으로부터 ‘최고로 편안하고 기능적인 부츠’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후 미국의 대표적인 부츠 브랜드인 울버린의 기술력과 디자인이 더해지면서 머렐은 2005년부터 9년 연속 세계 아웃도어 브랜드 신발부문 매출액 및 시장 점유율 1위의 브랜드로 성공하게 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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