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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촌 선생 60주기 추모사]“통일로 가는 길에도 큰 지혜 주시길”

입력 | 2015-02-17 03:00:00

[인촌 김성수 선생 60주기 추모식]




홍 일 식한국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前 고려대 총장

60년 전, 1955년 2월 24일 당시 선생의 영구 행렬을 멀리서 뒤따르던 갓 스무 살의 제가 어느덧 여든 노한(老漢)이 되어 추모의 말씀을 올리게 되니 남다른 깊은 감회에 젖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는 이른바 군사주권시대로 우리 민족은 국권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비극을 당했습니다. 이때 선생님을 비롯한 선각들은, 국권상실의 원인이 바로 근대국가 건설의 실패에 있음을 정확히 간파하고, 서둘러 우리의 모든 역량을 강경투쟁 노선과 온건준비 노선으로 나눠 매진했습니다.

이때 선생께서는 온건준비 노선으로 그 진로를 정하고 스스로 험난한 구국의 길을 택하셨습니다. 엄청난 사재를 쾌척하여 근대산업과 교육·언론·문화적 역량을 배양해서 이 나라와 겨레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평생을 바치셨습니다. 경성방직, 동아일보, 중앙중고등학교, 고려대 등이 모두 선생께서 염원하시던 근대국가 건설의 초석이었음은 이미 역사가 입증하는 바와 같습니다.

생전에 오랫동안 선생님을 보좌해온 전 고려대 총장 고(故) 유진오 박사는 선생의 애국사상을 ‘경세적 애국’이라고 정의하며 “인촌의 경세가적 애국이야말로 그 뿌리가 깊고 영향이 길게 미치는 점에 있어서 그 어떤 애국보다도 실속 있는 애국”이라고 설파했습니다.

우리는 정작 선생께서 가신 뒤에야 더더욱 큰 뜻을 깨닫고 우러르게 됩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소위 지도자란 사람들의 한심스러운 국가철학과 역사의식의 빈곤을 볼 때마다, 선생님의 그 심모원대(深謀遠大)하신 도량이 한없이 그리워집니다.

오늘 우리 겨레에게는 통일조국 건설이라는 절체절명의 목표가 있습니다. 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저희들에게 부디 큰 지혜와 힘과 용기를 주십시오. 삼가 하늘에 계시는 선생님 영령의 영원한 안식과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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