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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의 SNS 민심]뜨거운 증세 논란, 길은 어디에?

입력 | 2015-02-13 03:00:00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증세 논란이 뜨겁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청와대에서 만난 10일 ‘증세 또는 세금’을 언급한 트위터와 블로그 문서가 무려 2만398건이나 검색됐다. 정책 이슈가 하루 2만 건 넘는 언급량을 보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박 대통령이 “한 번도 증세 없는 복지 직접 말한 적 없다”고 말했다고 전한 원 정책위의장의 말이 빠르게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의 속보 트윗이 무려 1674회 리트윗되기도 했다. 나아가 유 원내대표가 원 정책위의장의 전언을 사실무근이라고 번복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국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증세 문제가 대통령의 말을 둘러싼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셈이다.

하루 전날에는 박 대통령이 “세수 부족하다고 세금 더 걷는 것 할 소린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증세 논란에 쐐기를 박으려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감정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었다. SNS에서는 담뱃값 인상이나 연말정산 세금폭탄으로 이미 실질 증세를 해놓고 마치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발뺌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트위터에는 “2014년 세금을 걷고 보니 소득세 53조, 법인세 42조…월급쟁이들만 쥐어짰다는 결론이 나오네요”라는 글이 순식간에 500회 이상 리트윗됐다. 이 글에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수 그래프가 첨부돼 있었다.

2월 4일부터 11일 오후까지 일주일 동안 SNS에서 ‘증세 또는 세금’을 언급한 문서는 9만398건이 검색됐다. 하루 1만 건 이상의 많은 언급량을 보인 셈이다. 법인세 등을 둘러싼 이슈가 산적해 있어서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연관어 1위는 3만3312건의 ‘복지’로, 증세 논란이 복지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드러냈다. 2위는 2만3474건의 ‘국민’이었고, 최근 잇단 발언으로 증세 논란의 중심에 선 박 대통령이 3위에 올랐다. 전체 연관어 4위는 9875건의 ‘서민증세’가 차지해 최근의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문제를 증세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자동차세와 주민세 인상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서민증세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5위는 “복지 과잉은 국민을 나태하게 만든다” “증세 없는 복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였다. 부자감세의 상징적 사례로 얘기되고 있는 ‘법인세’가 6위, ‘부자감세’가 그 뒤를 이었다. ‘정부’와 ‘경제’가 8, 9위를 차지했고 박 대통령의 국민 배신 발언에 예각을 세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증세 또는 세금과 함께 언급된 인물 연관어 순위는 1위부터 차례로 박근혜, 김무성, 이명박, 문재인, 유승민, 최경환, 이완구, 원유철, 박원순, 버락 오바마 등이 올라 최근 증세 논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강력한 부자증세 의지를 밝히면서 한국의 증세 논쟁에 이름을 보탰다.

심리 연관어 1위는 2783건의 ‘배신’이 차지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그만큼 강렬했다는 뜻이다. 2040건의 ‘부족하다’가 2위에 올랐는데 이는 세수 부족을 표현한 말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조9000억 원의 세금이 덜 걷혔다고 한다. ‘세금폭탄’, ‘속이다’, ‘반대하다’가 그 뒤를 이어 현 정부의 세금정책에 비판적 여론이 거세다는 사실을 방증했다. 박 대통령 국정지지율 하락이 서민증세 논란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트위터에서 “재벌 아이에게 공짜 점심을 주는 대신 재벌에 더 많은 세금을 거두면 아무 문제없는 것. 정부가 2조 원 들여 아이들 점심 먹이는 게 아깝다고 호들갑 떠는 모습이 정말로 가관”이라는 서울대 이준구 교수의 직격탄이 많이 떠돌고 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세상에서 분명한 것은 두 가지뿐인데 하나는 죽음이고 하나는 세금”이라는 말을 남겼다. 손쉬운 유리지갑을 노리는 방식으로 세금 문제를 잘못 다뤄 권력을 잃은 사례는 허다하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라는 얘기다. 정치적 계산을 넘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합리적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