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주주제안에 비공개 답변… “휘둘리지 않겠다” 입장 정한듯
양측 모두 즉답을 피했지만 답변서에는 넥슨 측 요구에 대한 유보적 입장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넥슨이 주주제안서를 통해 제기한 8가지 요구 중 상당수는 엔씨소프트가 답변할 의무가 없는 것이었다”며 답변 내용을 에둘러 밝혔다.
○ “넥슨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을 것”
광고 로드중
엔씨소프트는 일단 지난해 실적을 분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및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들며 경영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이 좋아 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2781억8811만 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35.5% 늘었다고 10일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8387억182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0.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275억1929만 원으로 전년 대비 43.4% 급증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기존 게임 실적 향상과 중국 일본 대만 진출 등이 영업이익의 증가 요인”이라고 밝혔다. 실적 발표는 11일 오전으로 예정됐지만 영업이익 증가율이 30%를 초과해 하루 앞서 공시했다.
○ 윤송이 사장, 김택헌 전무 문제 정면 돌파
엔씨소프트는 비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김택진 대표의 부인 윤송이 사장(글로벌최고전략책임자·Global CSO)과 김 대표의 동생 김택헌 전무(국내사업 총괄책임자·CBO)에 대한 넥슨의 문제 제기에도 정면 돌파할 방침이다.
광고 로드중
이에 대해 넥슨 측은 “최대 주주로서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건을 제시한 것일 뿐 특정 임원을 겨냥한 요구는 아니다”라며 “경영진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체계를 만들고 공정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윤 사장이 맡고 있는 엔씨웨스트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약 6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다 2012년 윤 사장 부임 후 흑자로 돌아섰다”며 “2014년 실적도 133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무가 2009년 엔씨소프트에 합류한 이후 엔씨소프트가 평균 35.8%가량의 영업이익률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도 넥슨 요구에 대한 반박 근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 내부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 상황을 고려하는 직원이 늘고 있어 엔씨소프트가 반전을 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넥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앞서 냈다가 자칫 합병 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