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 마지막 입맞춤/대니 그레고리 지음/황근하 옮김/128쪽·1만9500원/세미콜론
저자 대니 그레고리는 아내가 떠난 빈자리를 느끼며 새눈무늬 단풍나무로 만든 침대를 그렸다. 그는 “나는 여전히 잠에서 혼자 깨어나는 게 익숙하지 않다”고 썼다. 세미콜론 제공
아내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아내는 지하철역에서 열차 사고를 당해 두 다리가 마비됐다. 휠체어 신세를 지면서도 지혜롭게 주변 사람들을 돌보면서 넉넉한 웃음으로 새로운 친구를 사귄 아내였다. 그런데 어느 봄 테라스 정원의 꽃에 물을 주려고 창문 밖에 걸린 고무호스를 꺼내려다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떨어져 숨졌다.
저자는 솔직하게 슬픔을 털어놓으며 무너진 자신의 삶을 일으키는 과정을 수채화로 그리고 글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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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만나고 싶어 구글 지도를 검색해 카메라에 우연히 포착된 아내의 모습을 보고 또 본다. 지도 속 아내는 전동 휠체어에 앉아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있다. 그는 지도 화면을 수채화 그림으로 옮긴다. “패티는 언제나 자기 할 일을 하면서 거기에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런 건 모두 날 힘들게 한다. 하지만 이 가짜 만남이 나는 좋다”고 썼다.
가을이 되자 아내의 짐을 정리한다. “일요일 아침, 침대에 혼자 앉아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눈물이 두 뺨을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내린다.” 온통 검게 칠해진 그림에는 아내의 물건들이 빼곡하다.
저자 스스로 슬픔을 견디려고 그린 그림이지만 일기를 읽는 우리에게도 위로와 지혜를 준다. 마지막 일기는 슬픈 기운이 감도는 푸른색이 아닌 아내가 사랑했던 분홍색으로 칠했다. 따뜻한 기온이 번진다.
마지막은 이렇게 끝났다. “내게 남은 날 하루하루를, 밤에 누워서 걱정만 하면서가 아니라 다시없이 소중하게 보낼게. 내 새로운 인생, 앞날은 밝을 거야. 당신이 빛을 비춰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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