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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사상 최초의 자동차부품 對日 흑자

입력 | 2015-02-04 03:00:00


50년 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은 만성적인 대일(對日) 무역적자로 고민했다. 특히 부품·소재 분야의 적자가 심각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에서 부품과 소재를 들여와 조립한 뒤 미국 중국 등으로 수출하는 삼각교역에서 우리가 얻은 것도 많았다. 그러나 대일 적자 급증은 언젠가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부품·소재산업의 극일(克日)은 개인적으로도 내가 일선 경제기자와 중견간부로 일하면서 자주 다룬 주제 중의 하나였다.

▷한국이 작년 자동차부품 분야에서 사상 첫 대일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액은 크지 않지만 2010년만 해도 연간 10억 달러를 넘는 적자였던 사실을 떠올리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자동차부품은 오랫동안 한일 교역에서 한국이 취약한 대표 품목이었고 특히 지난해는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 시기였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한국 자동차부품산업의 약진은 4년 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부품업체들이 타격을 입은 데다 우리 업계의 기술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데 기인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 회사에 납품하는 한국 부품업체들의 인지도가 함께 높아진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대기업과 납품업체 관계는 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공존과 상생의 성격이 더 짙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부품 및 소재산업은 최근 10여 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해 작년에는 연간 1000억 달러 무역흑자를 돌파했다. 우리 경제가 여러 악재에 직면했지만 과거 조립산업 위주의 성장에서 부품·소재산업 중심 성장으로 점차 체질이 개선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 분야 기업 중에는 지방을 거점으로 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도 많아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몫도 크다. 다만 전체 부품 및 소재산업의 대일 무역수지는 적자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흑자와는 거리가 멀다. 자동차부품에서 가능성을 보인 대일 교역구조 개선이 다른 분야로도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