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값을 내려야지 왜 소부터 잡나” 업계 “젖소 방목하는 외국과 원가 차이”
“우유 가격만 내리면 지금 편의점으로 뛰어갈게요.”
낙농업계와 우유업계가 우유 과잉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젖소 5400마리를 도축 중이라는 동아일보 기사(2월 3일자 A8면)에 달린 인터넷 댓글 중 일부다. 3일 오후 7시까지 등록된 댓글은 2289개. “순둥이(젖소)가 불쌍하다”는 것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그럼 우유 가격을 내리면 될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 “수요 줄었지만 올해도 가격 인상 가능성”
낙농·축산업계와 우유업계의 입장은 명확했다. ‘국내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원유(原乳·젖소에서 갓 짜낸 우유) 가격은 낙농가와 우유업체들이 2년에 한 번씩 합의해 생산비에 적정 이윤을 더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는 전 세계 공통이다. 다만 외국에선 젖소들이 목초지에서 ‘공짜’ 풀을 뜯어먹고 우리나라에선 사료를 먹기 때문에 원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원유는 우유업체에서 살균·가공 과정을 거쳐 포장용기에 담긴 후 대리점을 통해 대형마트 등 소매점으로 공급된다.
이런 가격형성 구조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장논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으면 자연히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원가와 마진이 보장되는 구조에서는 우유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대리점과 대형마트 등 소매점의 마진이 과다하다는 의견도 있다 .
한 우유업체 관계자는 오히려 “지난해 소비자의 반발을 우려해 반영되지 않은 원유값 인상분이 올해 반영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살아남으려면 가격 낮춰야”
결국 낙농업계는 “생산비와 최소한의 마진만 붙였다”는 것이고 우유업체들은 “우유는 정말 마진이 안 남는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서건호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어찌되었건 국내 우유 가격은 외국보다 두세 배 비싸고 치즈 같은 경우는 최대 5배까지 가격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의 우유 소비량은 해마다 줄고 있다. 우리 국민의 1인당 우유 소비량은 33.5kg(2013년)으로 2003년(38.2kg)보다 12.3%나 줄었다. 이제는 업계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소비자들이 우유를 사지 않으면 결국 우유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성모 mo@donga.com·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