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자가 연락해야만 경품 준비 실적 보고까지… 대표 등 8명 기소
대학교수 A 씨는 2013년 12월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경품행사에 응모했다. 1, 2등 상품으로 내걸린 다이아몬드 반지(7800만 원 상당)나 제네시스 승용차(5000만 원 상당)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2, 3개월 후부터 A 씨에게 걸려오기 시작한 것은 당첨 안내가 아니라 보험 가입 권유 전화였다. 홈플러스가 경품 응모권에 적힌 자신의 고객정보를 1980∼2800원에 보험사들에 팔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최근 검찰의 연락을 받고 나서였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2011년 말부터 지난해 7월까지 A 씨처럼 경품행사 등에 참여한 고객들의 정보 2406만 건을 수집한 뒤 보험사 7곳에 팔아 231억7000만 원을 챙긴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홈플러스 도성환 대표(59) 등 전현직 임직원 6명과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당사자의 동의 없는 고객 정보까지 영업에 활용한 L생명 S생명 등 보험사 2곳의 관계자 2명도 함께 기소했다.
합수단은 고객이 경품행사 응모권을 작성할 때 ‘제3자 정보 제공’ ‘동의’란에 체크했어도 주최 측이 정보사용 목적을 정확히 고지하지 않았으면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합수단 수사 결과 응모권 뒷면에는 ‘보험사에 개인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는 문구가 1mm도 안 되는 ‘깨알’ 크기로 적혀있었고, 합수단이 접촉한 응모자 200명 중 190여 명은 “보험 영업에 사용될 줄 알았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홈플러스 측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품 미지급과 고객들의 소중한 개인정보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경품 미지급에 대해서는 지급을 완료했고 경품행사는 즉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조건희 becom@donga.com·염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