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회장. 한국마사회 제공
최근 침체에 빠진 마사회의 재도약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명관 한국마사회장(74)은 새해 들어 개혁 작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2013년 12월 취임 후 1년 가까이 마사회 체질 개선에 집중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경마 혁신방안을 시행한다.
지난달 28일 만난 현 회장은 “한국 경마는 지속 가능 여부가 불투명할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마사회 같은 공기업도 경쟁력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경마 혁신은 고객이 원하는 재미있는 경주를 하고, 경마를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스포츠이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경마는 지난 10년 넘게 매출액 감소, 고객 노령화 등 침체를 겪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적신호가 켜졌어도 그동안 이렇다할 개선 작업이 없었다는 데 있다.
독점적인 지위를 지닌 마사회는 그동안 미흡한 서비스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마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말이 더 많다. 개장 시간에 임직원이 백화점처럼 고객에게 단체 인사를 하고, 식음료 판매장 시설이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평가도 바뀌었다. 현 회장은 “고객은 기업 경영의 기본이다. 조직 문화를 ‘섬김 마인드’로 변화시키고 모든 서비스와 인프라를 고객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 렛츠런 파크(경기 과천시)를 가족과 함께 찾을 수 있는 말과 자연이 어우러진 그린 테마파크로 조성해 올 추석 쯤에 시범 개장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현 회장은 지난해 고객을 가장해 수도권의 장외발매소들을 찾았다. 직접 눈으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장외발매소는 해당 지역 주민에게 혐오시설로 인식돼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시설이 열악하고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널려있었다. 내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현장을 진단한 현 회장은 30개에 이르는 전국의 장외발매소에 좌석정원제를 도입해 증권사 객장 같은 쾌적한 환경을 만들었다. 지역 사회에서 환영받는 신개념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도 추진했다.
현 회장은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전자카드 추진에 우려를 나타냈다. 전자카드제도 시행은 건전한 경마 고객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에 비유되면서 경마 및 말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 회장은 “사행산업 건전화라는 시대적 요청과 정책 목적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전자카드는 전체 경마 고객을 모두 잠재적 도박중독자로 가정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규제다. 정원 제한, 인터넷 활용 등 대안도 많다. 정책의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 출신으로 감사원 부감사관, 삼성물산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등을 거친 현 회장은 어려서부터 산기슭과 해안에 방목된 말들을 보며 자랐다. “이웃집 강아지처럼 친숙한 말과의 인연이 평생을 가는 것 같다. 말과 사람이 함께 멋진 즐거움을 만들어가는 마사회를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기업으로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