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개편 중단 파문]靑은 백지화 아니라지만…
심각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29일 인천 푸른숲어린이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그러나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참여해 온 전문가 그룹인 개선기획단(학계·노동계·정부 인사 16명으로 구성)과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개선안 논의 중단’ 결정으로 사실상 현 정부에서는 개선안과 관련된 논의를 더이상 진행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는 일단 올해 안에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을 더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건보료 부과 체계같이 ‘국민 돈을 더 걷는 작업’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당장 내년 4월에 총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광고 로드중
이에 따라 현 정부의 보건의료 분야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이 사실상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개선기획단의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이규식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건보료 부과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부가 한순간에 논의 중단을 선언한 건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도 있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개선안 논의가) 밀렸다는 뜻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선기획단의 일원인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도 “(개선기획단이) 29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었던 개선안들은 ‘결정된 정책’이 아니라 공론화를 시작하기 위한 자료였다”며 “공론화 없이는 사회적 공감대를 찾기도 어려운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논의를 중단한다’는 정부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개선안 논의 중단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2013년 7월부터 활동해 온 개선기획단에도 제대로 된 사전 설명을 하지 않고, 향후 어떻게 논의를 진행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약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 형성 과정에서 꼭 필요한 예측 가능성과 공론화 단계를 완전히 무시한 조치”라며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무력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개선기획단과 상의하거나 사전 설명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개선안 공개(당초 29일로 예정) 하루 전 논의 중단을 발표하자 개선기획단 관계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 교수는 정부의 논의 중단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개선기획단 입장 발표’도 검토 중이다.
광고 로드중
이세형 turtle@donga.com·이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