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한국 문학에 바치는 헌사입니다. 우리 문학을 많이 사랑해주세요.”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전 10권·문학동네) 출간 간담회에서 문단의 원로인 황석영 작가(72)는 우리 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호소했다. 그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3년간 1925년 작 염상섭의 ‘전화’부터 2011년작 김애란의 ‘서른’까지 101편을 골라 그만의 해설을 썼다. 한국 문학과 독자를 이어주는 ‘현대식 교량’이 되겠다는 길잡이의 마음으로 썼다.
책에는 황 작가의 리뷰와 단편소설 전문, 신수정 문학평론가의 시대별 해설이 함께 수록됐다. 신 평론가는 “황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본능적 애정이 겹쳐 읽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책에는 1962년 등단해 문단 선후배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1989년 정부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해 큰 파문을 일으켰던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라이벌로 부를 정도로 좋아했지만 사는 공간이 달랐던 이문구 작가와의 애틋한 사연, 북한 체류 당시 취재한 월북 작가들의 이후 행적 등에 눈길이 간다. 그는 첫 부인인 홍희담의 ‘깃발’도 소개한다. 그는 홍희담을 ‘그이’라고 부르며 “환갑이 넘어서도 여전한 소녀 같은 열정과 살아남은 자의 부채의식이 어느 5월 그를 벌떡 일어나게 했다”고 썼다.
황 작가는 10권 중 3권을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연수 박민규 황정은 등 젊은 작가에게 할애했다. 그는 “1989년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 뒤늦게 후배들을 재발견했다”며 “그들의 만개한 서사를 읽으며 젊은 피를 수혈했다”고 극찬했다. 한국문학의 위기에 대해선 “우리 문학은 늘 위기였고 이를 뚫고 극복하면서 꽃을 피웠다. 자국 문학을 읽는 건 자기 삶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대의 초상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기작 계획도 밝혔다. “화장실에 똥 누러 다녀왔더니 어느새 칠십이 넘었습니다. 올 봄에 회한이 담긴 연애를 다룬 경장편 소설을 하나 발표할 예정입니다. 장편 두어 편 쓰면 인생이 끝날텐데…. 죽음이 다가오기 시작했으니 만년문학의 첫 문을 힘차게 열 것입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