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호 기자·사회부
인천 계양구의 한 공무원은 며칠 전 기자를 만나 공직 선배인 가기목 서운산업단지개발㈜ 대표이사(60)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털어놨다. 가 대표는 2013년 6월 계양구 부구청장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직했다. 재직 당시 청렴을 강조했지만 그의 최근 행태를 보면 실망스럽다.
그는 퇴직 후 계양구 지명으로 서운산단 대표이사가 됐다. 그런데 대표가 된 뒤 곧바로 박형우 계양구청장도 모르는 도급약정서를 태영건설㈜에 만들어줬다. 수도권정비심의 등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가액의 92% 해당하는 공사금액을 약속해 줬다. 다른 민간투자사도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광고 로드중
이런 문제점을 보도한 기자에게 ‘서운산단의 고문으로 모시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업무 관련성이 높아 서운산단이 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 업체에 해당한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 때문에 감사원과 인천시 감사가 시작됐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계양구청장은 가 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교 선배인 가 대표를 쉽게 내치기 힘들 것이라고 해석한다. ‘청렴 도시 계양’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박 구청장의 청렴 이미지에 흠집이 날 수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머지 단추들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게 세상이치다. 공사를 앞둔 서운산단이 제대로 출발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차준호 기자·사회부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