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26일 590.34로 마감하며 2008년 6월 30일(590.19) 이후 6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590 선에 올라섰다. 27일은 전날보다 2.50포인트(0.42%) 내린 587.84로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 593.23을 찍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이달 중순 580 선에 안착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 2008년 6월 26일(602.74) 이후 아직 밟아 보지 못한 600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도 이달 9일 사상 처음으로 150조 원을 돌파한 뒤 연일 몸집을 불리고 있다. 23일(156조858억 원)과 26일(156조3444억 원)에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시장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는 거래대금도 올 들어 하루 평균 2조6595억 원으로 지난해 평균(1조9703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경제전망이 온통 잿빛인데 왜 코스닥은 ‘나 홀로’ 열풍을 이어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대형주의 투자매력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이 부각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출 대기업 위주의 코스피시장은 국제유가 급락, 그리스·러시아 경제 불안,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외 악재에 큰 타격을 받는 반면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영향권에서 비켜나 있다.
또 코스닥시장이 구조적 체질 변화를 통해 양적, 질적 발전을 이뤄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정보기술(IT) 부품주가 코스닥의 30∼40%를 차지해 삼성전자 실적에 따라 코스닥도 움직였다”며 “하지만 이제는 모바일, 헬스케어, 문화콘텐츠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다양한 업종이 포진하며 기초체질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사물인터넷(IoT) 산업 육성 등 연초부터 쏟아진 정부 정책도 코스닥 상승랠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관련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대장주’인 다음카카오를 비롯해 핀테크 관련 종목들은 연초 이후 10∼30%씩 급등하며 코스닥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 등 대외 악재들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다시 대형주가 강세를 띨 수 있어 실적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부담이다. 코스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현재 약 2조7877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로 늘었다.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작은 악재에도 물량을 쏟아낼 수 있어 추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