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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Beauty]“기침·쉰목소리에 가슴이 쓰려요” 4050 직장인 위식도역류질환?

입력 | 2015-01-28 03:00:00

급증하는 위식도역류질환 증세




40대 후반 직장인이 가슴쓰림과 마른 기침으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직장인 김모 씨(30)는 겨울만 되면 목이 편안한 날이 없다. 유난히 기관지가 예민한 김 씨에게 차갑고 건조한 겨울 공기는 목감기로 이어져 기침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3주째 기침과 쉰 목소리로 감기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예전과 달리 금방 낫지가 않았다. 호흡기내과, 이비인후과 등 여러 진료과를 돌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중 마지막 병원으로 생각하고 방문했던 동네 병원 소화기내과에서 감기가 아닌 ‘위식도역류질환’을 진단 받았다. 기침과 쉰 목소리 등 전형적인 감기 증상과 같았는데 위식도역류질환이라니 김 씨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예측 어려운 ‘천의 얼굴’ 질환

위식도역류질환 환자의 위내시경 사진.동아일보 DB

겨울이 깊어지면서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콜록콜록’ 기침소리를 자주 듣는다. 하지만 들리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바로 ‘위식도역류질환’을 두고 하는 소리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천의 얼굴’을 가진 질환으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증상으로 찾아온다. 따라서 증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식도와 위 사이의 하부식도괄약근의 힘이 약하거나 부적절하게 열려서 위액이 식도로 거꾸로 넘어오는 질환이다. 전형적인 증상은 가슴이 타는 듯한 ‘가슴쓰림’과 ‘산역류’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 없이 만성 기침, 쉰 목소리, 흉통, 목 이물감, 충치, 기관지 천식, 성대 결절 등 비(非)전형적인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기침의 경우 감기로 오해하기 쉽다. 따라서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또는 만성 기침과 쉰 목소리, 후두통, 발성장애가 동반된 경우엔 위식도역류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바쁜 4050대 직장인 위험 높아

위식도역류질환은 우리의 생활습관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 때문에 사회생활을 왕성하게 하는 4050대 직장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과식, 음주, 흡연, 카페인, 탄산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식후 바로 눕는 습관이나 비만, 운동 부족도 위와 식도 사이의 근육의 압력을 떨어뜨려 역류를 일으킬 수 있다. 각종 술자리와 마감으로 강도 높은 야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 사이에 흔히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8년 199만 명에서 2012년 337만 명으로 최근 5년 사이 위식도역류질환 진료를 받은 사람이 69%나 급증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의사를 찾기까지는 수년의 세월이 걸리고,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기 때문에 만성으로 이어지면서 어떤 질환보다도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특히 심해질 경우 식도유착, 식도부위 궤양, 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오랫동안 진행될 경우 식도암의 전단계인 ‘바렛 식도’까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오랜 기간 방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약으로 치료, 생활습관 개선도 필요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상길 교수는 “국내에선 위궤양이나 위염에 비해서 위식도역류질환이란 병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쉽게 치료할 수 있는데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위식도역류질환은 가슴 쓰림과 위산역류가 가장 흔한 증상으로, 평소 없던 기침이나 인후통, 쉰목소리 등 이상 증상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가까운 소화기내과를 방문해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감기와 증상이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증상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위식도역류질환은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발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만약 위식도역류질환을 진단 받았다면 양성자 펌프 억제제를 복용하여 치료가 가능하다. 양성자 펌프 억제제는 거의 모든 위식도역류질환 환자에게 일차적으로 투여되며, 강력한 위산분비 억제 기능으로 치료율이 70∼90%로 높다.

이 교수는 “위식도역류질환은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단기간 약을 복용하고 다시 나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재발하기가 쉬운 질환이다. 따라서 의사의 복약 지시를 잘 따르고 이와 함께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