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후난 위성TV에서 방영을 시작한 ‘무미랑전기’는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몰고 다니던 작품이다. 우리가 중국드라마에 원하는 바로 그것, 대륙의 기상이 느껴지는 스케일과 화려한 의상을 여지없이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로 방영을 손꼽아 기다리는 국내 중국 드라마 팬들도 많았다. 자그마치 53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었고 주인공 무미랑(측천무후의 어릴 때 이름) 역을 맡은 판빙빙이 혼자 입고 나오는 의상만 260여 벌, 전체 의상은 3000벌이 넘는다는 얘기는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무미랑전기는 시청률이 1%만 넘어도 화제작이 되는 중국에서 2% 후반의 시청률을 올리며 인기를 끌었지만 방영 일주일 만에 갑자기 방영이 중단됐다 1월부터 재개됐다. 방송사 측은 “기술적인 문제”라고만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중단 전 방송과 중단됐을 때 교체된 방송사 홈페이지의 다시보기 영상을 비교해보면 과도한 노출 장면이 검열됐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른바 출연 여배우들의 ‘가슴골 검열’이다.
가슴골이 노출된 의상을 보이지 않게 하느라 화면 한편에 멀쩡히 서 있던 주인공이 잘려나갔다. 주인공은 계속 자리에 앉아있는데 입은 옷만 바뀌었다가 다시 원래 의상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방영 전 스틸컷으로 공개됐던 당 태종과 무미랑의 목욕 장면은 아예 ‘통편집’됐다. 국내 중드 팬들은 무미랑전기의 방영이 예정된 홍콩과 일본에서도 편집본을 틀까봐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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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랑전기’는 현재 중국 드라마의 수준을 짐작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늘 보던 권력 다툼, 늘 보던 후궁들의 음모지만 엄청난 물량공세로 세련되게 완성한 영상미는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또 이만한 제작비가 든 화제작이 일일드라마로 편성되고, 연휴에는 하루 세 편씩 ‘밀어내기’식으로 방영된다. 그만큼 중국에 드라마를 방영할 채널도, 작품도, 보는 사람도 넘쳐난다는 것을 반증한다. 중국 드라마 앞에 남은 유일한 장애물은 한류의 인기가 아니라 중국 정부의 검열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