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논술 학원의 ‘불편한 진실’
역대 최악의 물수능’ 논란 속에 학원가는 논술 특수를 맞았지만 논술 지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수시 논술을 보기 위해 몰린 수험생들. 동아일보DB
○ 모범답안 돌려쓰고, 대학생이 대충 첨삭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학습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 ‘오르비’에 최근 논술학원 실태에 관한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2014학년도 입시에서 5개 대학의 논술전형에 합격했다는 이가 논술학원에서 5개월간 첨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 문제점을 쓴 글이었다.
그는 △평범한 국문과 졸업생 수준인데도 명강사 소리를 들으며 터무니없이 비싼 강의료를 받고 △첨삭은 대부분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써서 대충 하고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자료와 출처도 모르는 모범답안을 돌려쓰는 것이 최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논술학원 강사는 강의 하나에 몇십만 원씩 받으면서 수업 15분을 남기고 ‘강의 준비를 하나도 못했다’며 웃더라”면서 “논술학원에 몇백만 원을 투자하거나, 지방에서 무리해서 서울 유명학원을 찾아와 기숙생활을 하는 이들이 안타까워 쓰는 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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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들끼리 수업자료를 돌려쓰는 일도 고질적인 문제다. 한 학원이 수업에 사용한 논술 지문이나 모범답안을 다른 학원이 그대로 가져다 쓰는 식이다. 서울의 한 고교에 재학 중인 김모 군(18)은 “학원에서 준 문제와 모범답안을 인터넷에 검색해 봤는데 출처도 없이 한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그대로 베낀 것이었다”고 말했다.
○ 부르는 게 값
부르는 게 값인 고액 수강료도 문제다. 논술학원들은 대부분 수강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상담을 받으러 와서 등록 가능성이 높은 이들에게만 알려준다. 또 수시로 ‘○○ 선생 특강’ ‘○○대 맞춤강의’ 식의 특강을 만들어서 수강료를 기준 없이 정하곤 한다.
현재 대치동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논술학원 두 곳 역시 수강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강생들을 통해 파악한 학원비를 보면 학기 중에는 한 달에 50만 원 안팎이다. 수능에 임박해 개강하는 ‘파이널 강좌’는 2주에 100만 원, 방학에 이뤄지는 특강은 통상 10회 기준에 회당 10만 원 정도로 껑충 뛴다. 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치르는 모의고사도 한 번에 10만 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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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 독서력을 폭넓게 평가하겠다며 도입한 논술이 ‘사교육의 주범’으로 전락하면서 대학 입시에서 논술을 폐지하라는 요구도 끊이지 않는다. 논술전형으로 서강대 정치외교학과에 합격한 이지현 씨는 “각 대학 논술 문제를 보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으로는 절대 답안을 작성할 수 없다”며 “특히 이과의 수리나 물리 논술은 고교 범위를 벗어나서 사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