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수 논설위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제 신년 연설에서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중산층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야당인 공화당이 “계급투쟁을 선동한다”며 강하게 반발하니 법이 통과될지는 알 수 없다. 찬반을 떠나 부러운 건 오바마는 경제적 목표가 뚜렷하고 그에 맞는 정책들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점이다.
‘강한 중산층’은 보수 진보를 떠나 모든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다. 중산층이 튼튼해야 나라 경제가 건강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점은 방법이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엔 경제가 성장해야 중산층이 늘어난다고 봤다. 그러나 최근엔 거꾸로 불평등을 완화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론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오바마의 정책은 후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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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산층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이 낫다고 봤다. 어차피 될 것 같지도 않은 서비스업 활성화만 외치는 우리와 다르다. 오바마는 2007년 금융위기로 GM 등 자동차 회사들이 도산 위기에 처하자 대대적으로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다른 나라에는 시장원리를 강요하면서 자기네는 정부 지원으로 산업을 살려내는 게 미국이다.
그 결과 과거 ‘미국의 영광’이었던 자동차산업은 다시 살아났고 오바마는 이를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자랑하고 있다. 전국에 ‘하이테크 제조업 허브’를 만들어 정부가 제조업 혁신을 지원하고, 해외에서 공장을 도로 가져오는 기업들에는 세금 감면 등 온갖 혜택을 준다. 오바마의 정책 덕분만은 아니지만 미국 경제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 3분기엔 5% 성장했고 올해는 3%대 성장이 예상된다. 놀라운 경제성장의 가장 큰 이유는 중산층의 소비 증가다.
한국은 어떤가.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4%대 잠재성장률을 만들겠다고 했다. 집권 초기에 개인에게 초점을 맞췄던 ‘국민 행복’은 빠지고 경제성장률 목표만 남았다. 내용이 부실한 공공개혁과 금융개혁으로 어떻게 언제쯤 4% 성장을 한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공공개혁이 이뤄지면 내 살림살이가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나.
세계 자유시장 경제의 첨병인 미국이 소득불평등을 직접 겨냥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데 한국은 푸드트럭이나 네일아트 규제를 완화해 경제를 살린다는 건가? 의료산업과 금융산업 같은 고급 서비스업에서 세계 1등인 미국도 하이테크 제조업을 강화하는데 우리는 부동산과 카지노 호텔만으로 앞으로 수십 년 먹고살 경제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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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