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사시합격 정재영씨, 한예종서 영화 공부후 사법연수
법조 다큐멘터리 감독이 꿈인 정재영 씨가 19일 사법연수원 앞에서 자신의 카메라로 연수원 곳곳을 촬영하다 환하게 웃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44기 수료식이 열린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 수료식을 앞두고 말끔한 정장 차림에 두꺼운 카메라 줄을 목에 건 한 청년이 하얗게 눈 덮인 연수원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사법연수원 수료생 1호인 정재영 씨(30)였다.
한양대 법학과 05학번인 정 씨는 201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나 연수원 입소를 2년 미루고 한예종 영화과 11학번 새내기로 입학했다. 대학에서 우연히 들은 교양수업에서 영상의 매력에 빠진 것. 사법시험 합격도 정 씨의 영상에 대한 꿈을 막지 못했다. 연수원에서 그는 엔터테인먼트법학회를 만들어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고양시민과 함께한 ‘법문화 축제’에서는 연수생들과 보호관찰 청소년들의 멘토-멘티 만남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상영했다.
“1847년 프랑스 작곡가 에르네스트 부르제가 카페에서 자신의 샹송을 듣고 ‘공짜 커피’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고 난 후 ‘음악 저작권’ 협회를 만들었습니다. 법 이야기도 재밌는 콩트 같지 않나요?”
산간 도서 마을에 찾아가 법률 상담을 해주는 ‘무변촌 프로젝트’도 정 씨가 동기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법률 상담차 갔다가 기상 악화로 뱃길이 끊겨 9일간 머문 울릉도에선 가격 담합 의혹이 있는 주유소 업주들을 설득해 기름값을 L당 100원 내리도록 하기도 했다. 다음 달 공익법무관으로 임관하는 정 씨는 영상 제작 ‘내공’을 키우기 위해 기초가 되는 사진과 조명 공부를 시작했다.
“법조계 바깥에서 본 모습과 안에서 느끼는 모습이 참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앞으로 겪게 될 법조계를 영상에 담아 사회와 소통하고 싶습니다.” 올해 509명이 수료한 사법연수원은 내년부터 연수생이 200∼300명으로 줄어든다. 예정대로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2020년 49기 연수생 수료식이 마지막이 된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