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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장윤정]통합보다 중요한건 생존

입력 | 2015-01-19 03:00:00


장윤정 경제부 기자

2010년 11월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인수협상을 위해 주말이면 12시간씩 비행기에 몸을 싣고 영국 런던을 오갔다. 당시 금융팀에서 하나금융을 담당하면서 그를 취재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자주 찾곤 했다.

김 회장이 참석한다는 말을 듣고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하나금융 임원 자녀의 결혼식을 찾아간 적도 있다. 그러던 중 하나금융은 11월 말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 계약서에 사인하는 데 성공했다. 김 회장은 사인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합병해 리딩뱅크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악수를 나누던 김 회장의 눈가는 촉촉해져 있었다.

그로부터 4년여가 흘러 하나-외환은행 통합 문제가 다시 한 번 금융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해 7월 김정태 회장이 하나금융의 경쟁력을 위해 두 은행의 조기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은 극심한 갈등을 겪어왔다. 금융당국은 “조기통합 신청은 노사 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사측을 압박했다. 하나금융은 어떻게든 노조를 협상테이블에 앉히려 했지만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노조의 ‘시간 끌기’식 협상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조기통합을 승인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 간 대화가 비로소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다급해진 외환은행 노조가 조기통합을 위한 본협상을 사측에 제안했다. 하나금융은 노조와 일주일에 세 차례 대화를 진행하고 이달 내 합병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두 은행의 진정한 고민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두 남녀가 결혼해 한집에서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9300여 명의 하나은행과 7800여 명의 외환은행을 통합하는 일이 간단할 리 없다. 더구나 두 은행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 외환은행이 엘리트 성향이 강하고 기업금융에 강한 조직이라면 단자회사로 출발한 하나은행은 승부욕이 넘치는 공격적 조직이다.

금융환경도 녹록지 않다. 두 은행이 ‘조기통합’이라는 과제에 열중하는 사이 경쟁 은행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핀테크(FinTech·금융기술)’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자 우리, 국민, IBK기업은행 등은 벌써부터 인터넷 은행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외부활동도 최소화하고 노조와의 대화에 매달리고 있고, 하나은행은 김종준 행장이 물러난 뒤 김병호 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가뜩이나 한국의 금융 경쟁력이 ‘아프리카 우간다 수준’이란 안팎의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하나-외환이라는 대형 은행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한국 금융산업의 큰 손실이 된다. 두 은행의 노사가 통합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완수하고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는 것이 진정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는 걸 잊지 않기를 바란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