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후원도 한몫했어요”
박성미 여수시의원(왼쪽)과 박두선 군이 최근 전남 여수에서 진행된 한 모임에 참석해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여수시의회 제공
난치병과 가난을 극복하고 명문대에 합격한 전남 여수의 한 고교생 뒤에는 지역아동센터와의 소중한 인연이 있었다. 지역아동센터가 소외계층 아동들의 버팀목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지역 기업들의 후원도 한몫했다.
여수시 돌산읍에 사는 박두선 군(19·여수고 3학년)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에 합격해 곧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
박 군은 가정 형편 때문에 학원을 다니지 못하고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 습관을 배웠다. 박 군은 초등학교 2학년 때인 2004년부터 집 근처 공부방을 다녔고 이때부터 박성미 공부방 원장(46)을 비롯한 교사들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 공부방은 2007년 돌산지역아동센터로 변경됐다. 박 군은 중학교 때까지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하고 주말에는 과학체험을 했다. 박 군은 중학교 2학년 때 공부를 하면 몸이 쉽게 피곤해지고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일이 잦아졌다. 검사를 해보니 엄마와 마찬가지로 메니에르병을 앓고 있었다. 중학교 때 너무 힘들어 한 달 정도 공부를 쉴 만큼 또래 학생들과 같은 시간 공부를 하더라도 훨씬 더 피곤함을 느꼈다. 병원도 마음 놓고 갈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며 체력을 기르고 고통을 참아가며 공부했다.
박 원장과 교사들은 지금까지 10여 년간 박 군을 후원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때는 직접 시험장에 데려다 줄 정도였다. 박 군도 휴일에는 돌산지역아동센터에서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돌본다. 박 군은 “선생님들이 엄마 이상으로 보살펴 주셔서 큰힘이 됐다”며 “저보다 어렵고 힘든 아이들에게 지역사회 어른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부방과 돌산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던 박 원장은 지난해 6월 여수시의원이 됐다. 박 의원은 어릴 시절 부모가 돌아가신 탓에 결손가정이나 저소득층 자녀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 운영을 꿈꾸다 공부방을 마련했다. 박 의원은 “지역 기업들이 여수에 있는 39개 지역아동센터를 다양하게 후원해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GS칼텍스 임직원들은 성금 500만 원을 모아 12일 박 군에게 등록금과 학비로 전달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박 군이 중학생 때인 2010년에도 400만 원을 모아 건넸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