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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산층 임대아파트’ 대기업 특혜 시비 잠재울 수 있나

입력 | 2015-01-14 03:00:00


정부가 중산층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방안’을 내놓았다. 건설회사를 상대로 공공택지와 그린벨트 용지를 할인해 공급하고 세금을 감면해 주는 등의 지원책을 담았다. 대형 건설사들이 임대주택 사업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려는 조치다. 정부 뜻대로 된다면 수도권에서 보증금 1억 원에 월 50만∼100만 원을 내면서 8년간 거주하는 중산층 임대주택이 나올 수 있다.

주택시장은 소유에서 거주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저금리로 인해 전세가 월세로 바뀌면서 전세금이 폭등해 전세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엄청난 전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결혼을 미룰 정도다. 우리나라의 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의 5%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에 크게 못 미친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지만 재원이나 택지 문제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 건설사들을 임대주택 사업자로 끌어들이면 재원 부족을 해결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건설사에 일감도 만들어 주는 1석3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초기 투자 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불확실해 망설이고 있다.

이 정책이 성공하려면 입주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50만∼100만 원의 월세는 중산층에게도 높은 금액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고가의 임대주택을 쏟아냄으로써 기존 전월세 시장에 불안을 가중시킬 우려는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대기업 특혜 종합선물세트”라며 “서민의 전월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경영난에 빠진 건설사에 사업 물량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8년의 임대 기간이 끝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물을 매입하기로 약속해 주는 것은 부채가 98조 원이 넘는 LH의 부실을 더 키울 소지가 있다. 과거 정부는 고속도로 경전철 터널 등 인프라 건설에 민간 기업을 끌어들이면서 ‘최소 운영 수입 보장(MRG)’을 해 줬다가 국민 부담만 더 늘린 사례가 있었다. 임대주택의 대규모 공급은 그동안 정부가 활성화하려고 했던 부동산 분양 및 매매 시장을 위축시키거나 소규모 임대사업자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실수요자와 부동산 시장의 반응을 보아 가며 신축성 있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