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 전날 요리 배워가” 아버지 오열… 새벽까지 운전 女택시기사도 숨져
“어떻게 하나…” 대피소의 이재민들 경기 의정부시 도시형생활주택 화재로 보금자리를 잃은 한 여성이 11일 오후 이재민 대피소로 지정된 의정부 경의초등학교에서 딸을 품에 안고 있다. 이번 화재로 11일 현재 이재민 296명이 발생했다. 의정부=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결혼을 두 달여 앞둔 11일 화마(火魔)에 아리따운 예비신부 윤효정 씨(29)를 잃은 김모 씨(31)는 의정부백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애써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전날 밤 영상통화로 봤던 윤 씨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김 씨는 “직장이 지방이라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는 게 고작이었지만 서로 의지하며 2년 넘게 만났다”며 “결혼 날짜를 3월 21일로 잡아놓고 다음 달이면 집도 옮길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10일 화재로 화상을 입은 윤 씨는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버지 윤원진 씨(56)는 “지난해 내가 쓰러졌을 때 딸아이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병원에서 나를 간호했다”며 “사고 전날 집에 와서 요리를 배우고 갔는데 그날 재우고 보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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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재로 집을 잃은 주민은 모두 296명. 대부분이 원룸과 투룸에 혼자 사는 20, 30대 직장인과 대학생이다. 화재 현장 인근 경의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는 40여 명이 대피해 있다. 나머지 주민들은 찜질방이나 친척집 등을 전전하고 있다.
대피소에서 만난 김모 씨(32)는 “충남 천안에 일자리를 잡아 이사하기 위해 짐을 옮기던 중이었다”며 “1층에서 불길이 치솟고 차량이 ‘펑펑’ 소리를 내며 폭발해 어쩔 수 없이 모든 걸 내려놓고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의정부=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