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울터미널 운수회사들 꼼수 차고지 임차료 아끼려 불법주정차… 한밤 470m 갓길은 거대한 주차장 주민들 “한달에 한번꼴 사고” 분통… 본보기자 3차례 신고에도 단속 안해
5일 새벽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옆길에 있는 불법주정차 단속 경고판 아래로 고속버스들이 불법주정차를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밤이 깊어지자 버스는 더 늘어났다. 5일 오전 4시경에는 길이 470m가량의 강변역로 4길 전체가 버스 40대로 뒤덮여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본보 취재팀이 4일 오후 11시경부터 5일 오전 5시까지 6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담당인 광진구청과 광진경찰서에서는 단속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야간에 불법주정차를 신고하도록 한 표지판에 전화번호가 있어 5일 오전 5시 4분, 5시 31분, 6시 24분 등 총 세 차례 신고를 해봤지만 광진구청 측에서는 “단속하는 사람이 다른 곳에 있다가 거기로 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단속반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버스기사 A 씨는 “낮에는 가끔 구청에서 단속을 나오지만 밤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나온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 김복윤 씨(76)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갓길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교통사고가 난다”면서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주민 조경선 씨(65)는 “출퇴근할 때 불법으로 주차한 버스 때문에 차가 너무 막혀 이제 주민들은 그 길을 잘 이용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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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청과 경찰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광진구에서는 현재 지상 40층, 지하 5층 규모의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을 나가지만 담당 공무원이 6명뿐이라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는 건설사와 불법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