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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만평가의 피 말리는 삶

입력 | 2015-01-10 03:00:00


오전 6시에 일어나 모든 조간신문을 훑는다. 신문 속 시사만화의 독창적 아이디어, 풍자와 해학의 완성도를 견주어 보며 승부를 판단한다. 오전 편집국 제작회의에 참여해 중요 뉴스를 점검하고 최신 유머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개그콘서트’는 꼭 챙겨 본다. 줄담배는 기본이다. 그래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변기에 앉아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동아일보에 30년 가까이 시사만화 ‘나대로’를 그렸던 이홍우 상명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의 회고록 ‘나대로 간다’의 일부분이다.

▷만평가의 주된 풍자 대상은 정치권력이다. 만평가는 진실을 향한 열정과 용기, 예리한 뉴스 감각, 이를 담아낼 수 있는 표현력과 예술 감각을 갖춰야 한다. 만평가의 삶은 피 말리는 아이디어와의 싸움이다. 만평가가 기자와 가장 다른 대목이 ‘재미’까지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강력한 메시지를 재치 있는 한 컷 만화에 담아 비판 대상조차 웃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무슬림의 테러 총격으로 사망한 프랑스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만평가들의 삶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비판 대상에는 금기도 한계도 없었다. 정치 권력자는 말할 것도 없고, 가톨릭 유대교 이슬람 등 종교도 봐주지 않았다. 이미 수차례 테러 협박을 받았던 편집장이자 만평가인 스테판 샤르보니에는 “무릎을 꿇고 사느니 서서 죽는 쪽을 택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마치 죽음을 예견한 것처럼.

▷만평가가 금기에 다가가 통쾌한 한 방을 날릴 때 권력자는 분통이 터지고 독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풍자 대상과의 긴장 관계는 이들이 짊어져야 할 숙명이다. 연일 신문 만평의 공격적 풍자 때문에 괴로웠던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저놈들 안 봤으면 좋겠는데…”라며 이를 갈았다. 하지만 막상 총리에서 물러난 뒤 한 달도 안 돼 만평에서 사라지자 처칠은 회고록에서 “만평에 나오지 않는 정치인은 정치생명이 끝났다”며 만평의 대상이 되던 시절을 그리워했다. 풍자와 유머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는 자유 언론과 만평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