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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이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국제유가가 새해 들어서도 연일 급락하면서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그리스는 주변국들에 채무 탕감을 요구하며 ‘유로존 탈퇴’ 카드를 또다시 꺼내들 분위기다. 원자재값 하락, 경기 둔화의 역풍을 맞은 신흥국에서는 자본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시장 불안요인이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6일 국내 증시는 개장과 함께 1,900 선이 무너진 뒤 점점 낙폭을 키워 전날보다 33.30포인트(―1.74%) 내린 1,882.45로 마감됐다. 지난 한 달간 100포인트 이상이 빠진 코스피는 2013년 8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일본 증시도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3% 넘게 급락했다. 반면 불안심리 확산으로 안전자산인 금과 채권의 가격은 상승했다.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의 불안은 전날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미국 증시가 급락(―1.86%)한 영향이 컸다. 5일(현지 시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65달러(5.02%) 떨어진 배럴당 50.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에는 2009년 4월 이후 처음 50달러 밑에서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유가 하락은 글로벌 경기 둔화를 상징하며, 유럽 일본 등 취약지역의 경기흐름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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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유럽의 대표적 ‘문제 국가’인 그리스가 다시 골칫덩이로 떠올랐다. 자국내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급진 포퓰리즘 정당(시리자당)이 이달 총선에서 집권이 유력해지면서 유로존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시리자당이 집권에 성공하고 유럽연합(EU)과의 부채 감축 협상이 틀어지면 실제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를 강행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그리스 문제는 올 상반기 내내 세계 금융시장의 스트레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美기업 실적발표 12일까지 외국인자금 이탈 이어질듯▼
올해는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의 투자심리가 정치적·국지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할 소지가 크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돈을 거둬들이면서 국제 시장의 돈의 흐름이 밀물에서 썰물로 바뀌는 상황”이라며 “올해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내내 안정을 못 찾고 갈팡질팡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신흥국에서는 최근 1, 2주 동안 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국가부도 확률)이 오르고,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현상이 재연됐다. 앞으로도 그리스 위기뿐 아니라 러시아 경제위기,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요인이 주기적으로 불거지며 글로벌 경제의 숨통을 조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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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붕괴나 글로벌 경제의 디플레이션 고착화 같은 최악의 상황이 단기간 내에 현실화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 위기는 2012년에도 별 탈 없이 넘어간 전례가 있고, 유가 하락도 일부 산유국을 제외하면 세계 경제에 기본적으로 플러스 요인이기 때문이다.
유재동 jarrett@donga.com·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