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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으며 스마트폰… ‘고개숙인 가족’

입력 | 2015-01-06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월의 주제는 ‘배려’]<1>밥상머리 교육부터 되살리자




‘아이 둘만 거실 간이식탁에 앉아 TV 애니메이션을 보며 밥을 먹는다. 엄마는 옆에서 여러 차례 떠먹여 주며 밥 먹는 걸 독려한다. 남편은 식탁에서 밥을 혼자 먹는다. 넷이서 한 식탁에서 밥을 먹어본 기억은 거의 나지 않는다. 저녁식사 땐 더하다. 마냥 기다릴 순 없으니 아이들이 먼저 밥을 먹고, 아이들이 잘 무렵 귀가하는 남편은 혼자 저녁을 먹는다.’

기자 가족의 지난 7년 동안의 식사 패턴을 떠올려 보니, 항상 이런 식이었다. 밥을 한 군데 모여서 먹기보다는 마치 회사 구내식당처럼 편의에 맞춰 끼니를 해결하는 식이었다. 밥 먹던 도중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아예 휴대전화를 비스듬히 식탁에 받쳐 놓고 야구 경기 중계를 시청하기도 했다.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고선주 (사)가정을건강하게하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는 “가족끼리 밥을 같이, 자주 먹지 않는 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어린아이들은 사회생활을 배우는 데 가장 기본적인 공유의식을 느끼지 못하며 자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밥 먹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세 이상 성인의 식사시간 변화를 조사하는 통계청의 ‘국민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가족과의 식사시간은 1999년 하루 평균 47분에서 2009년 43분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혼자 먹거나 가족 아닌 사람과 먹는 식사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혼자 먹는 시간은 15분(2004년)에서 17분(2009년)으로, 가족 외 사람과 식사하는 시간은 19분(2004년)에서 20분(2009년)으로 늘었다.

과거에는 대가족을 통해 아이들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관계’를 배우는 자리가 바로 밥상이다. 연장자가 먼저 수저를 뜨는지 확인하고 자신도 밥을 먹기 시작하는 예절을 배웠다. 먹는 속도가 빠른 사람은 먼저 먹고 휙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며 천천히, 먹는 속도를 맞췄다. 여러 명이서 나눠 먹는 음식 종류가 많다 보니, 서로 음식을 권하고 덜어주며 나눔을 배웠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위로받고 힘을 얻기도 했다.

그나마 형제자매라도 많으면 서로 챙겨주거나 배려하는 걸 배우지만 외둥이가 많은 요즘은 아이들이 안팎으로 단절된 환경에서 성장하기 쉽다. 더 큰 문제는 부모다. 이남옥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장은 “바깥에서는 각종 문자와 e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다른 인간관계에 공을 들이지만, 정작 자녀들과는 밥 한 끼를 통해 가르칠 수 있는 소중한 배려 교육에 무심하다”고 지적했다.

자식을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도 아이로 하여금 배려를 배우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 박병선 지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부장은 “자식을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은 채 간섭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나이만 먹었지 정신은 성장하지 못한 사람들이 사회에 나온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배려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집안일을 작게 나눠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출근하는 아버지가 기분 좋도록 신발을 정리하거나 아침에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 머리를 빗어주도록 하는 것이 그것이다. 마주치는 아파트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외부 소통을 가르치는 방법이다. 이완정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만 4, 5세 아이들이 가족에 대해 묘사하는 말을 연구해 보니 가정에서 다양한 집안일을 경험한 아이들은 성취감뿐 아니라 배려심도 다른 아이들보다 월등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어린 보호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대상으로 보고 집에서 다양한 훈련을 시켜줘야 한다는 뜻이다.

배려는 일방적인 게 아니다. 힌두교 속담은 이렇게 말한다.

“형제의 배가 항구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 그리고 살펴보라. 그러면 당신의 배도 무사히 항구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배려를 가르치고 있는가.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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