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책속의 이 한줄]수집가 발자크의 실패에서 배우는 ‘깜냥대로 살기’

입력 | 2015-01-06 03:00:00


《 가장 천재적인 사람들조차도 자기들의 업적이 아니라 훨씬 더 값이 싸고 가벼운 물건들로 존경받고 경탄받으려고 생각한다는 것이 삶의 법칙이다. 수집가 발자크는 이 사실에 대한 전형적인 예가 되고 있다.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슈테판 츠바이크 지음·푸른숲·1998년) 》

책 이야기를 빌려 새해를 맞는 감회를 적고 싶어 생각을 굴리니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떠오른다.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과거와 비교해 보면 우리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한국도 그러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자본주의 등장 이후 인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생산력 덕분에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넘치는 풍요는 해로울 수 있다. 글로벌 사회는 넘치게 발전한 나머지 지구를 병들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프랑스혁명 직후에 태어난 발자크는 초유럽적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세계 여러 나라의 신문과 출판사들이 돈 보따리를 들고 그의 글을 기다렸다.

하지만 사업 실패에 따른 빚 독촉 탓에 그의 삶은 ‘영원한 빚쟁이’ 신세였다. 물론 그에게는 쓰라린 체험들을 마음을 뒤흔드는 형상들로 바꾸는 예술가의 재능이 있었고, ‘고리오 영감’ 등 대작 ‘인간희극’을 우리에게 남겼다.

감옥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은 왕성한 창작력의 작가 발자크였으나 어럽쇼, ‘수집가 발자크’는 허드레 짝퉁 골동품을 “루브르에 있어야 할 걸작”이라며 사들이곤 대단한 투자라며 자화자찬하는 망상의 소유자였다. 이 망상 가득한 사업을 위해 그는 평생의 연인이었던 한스카 백작부인의 돈까지 끌어들였다.

프랑스가 낳은 최고의 관찰자 중 한 명인 발자크가 정작 자신의 삶을 관조하고 깜냥대로 사는 데는 젬병이었음은 희한한 역설이다. 하긴, 아는 것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니까. 깜냥껏 살기! 수집가 발자크의 실패로부터 배우며, 겸허하게 시작하는 2015년이다.

박유안 번역가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