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대니 파커 글·매트 오틀리 그림/강이경 옮김/32쪽·1만5000원·도토리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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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작은 싹이 트고 자라나는 것을 누군가 지켜봅니다. 숲에 사는 들쥐, 호랑나비처럼 작은 생물들입니다. 흙 속에 사는 더 작은 생물일지도 모릅니다. 처음엔 비슷한 눈높이였습니다. 작은 싹은 어느새 작은 나무가 되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나무가 묵묵히 곁에서 보살핍니다. 함께 눈부신 아침햇살을 담뿍 받아들이고 천둥과 비바람도 견뎌냅니다. 내내 이 모습을 지켜보는 건 숲의 작은 친구들입니다. 독자들도 몸과 눈을 낮추게 만듭니다. 미미한 존재로 생각되지만 그것은 크기의 문제이지 비중이 작다거나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들은 싹이 트고 자라는 것을 바라봅니다. 눈비 내리고 바람 부는 숲을 지키고, 쓰러지는 큰 나무와 사람들에 의해 사라지는 숲과도 함께합니다. 살아남은 작은 나무가 마침내 커다란 나무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고, 다시 숲을 살리러 온 손길들도 맞아줍니다. 그들의 시선을 잊지 않고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눈을 가진 아이들을 키워내야 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잊은 가치를 찾아보게 만듭니다. 크고 중요한 일에 대해 말하는 작은 이야기 속에 보이지 않지만 그 이야기를 이끄는 존재들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