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원 씨
이렇게 부족한 글에, 보잘것없는 내가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
타이베이의 작은 내 원룸에서 한 주의 피로를 핑계 삼아 실컷 게으름을 피우고 있을 때,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서 접한 당선 소식은 실로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때서야 비로소 나도 공감할 수 있었다. ‘한공주’의 천우희가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발표되는 순간부터 보인 그의 그 떨림을. 당선의 환희가 이제 조금씩 두려움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듯하다. 당장에는 이 두려움부터 극복해야겠지만, 이 두려움 또한 앞으로 내가 풀어 나가야 할 숙제와도 같은 것이고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성장이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기에, 의심 없이 꾸준히 그리고 겸손히 잘 감당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끝으로, 영화평론에 자신감이 없어질 때쯤 일종의 자극제가 되어 주었던 김조광수 감독님 부부와 부족한 글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 관객 및 독자와 함께 소통하는 좋은 글로 보답하겠다. 지면 관계상 언급하지 못한 ㄱ부터 ㅎ까지의 모든 그분들께도 전심을 다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1978년 경북 포항 출생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박사 수료 △대만국립정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심사평]게임에 비유한 작품 속 공포-스릴러 분석 탁월▼
정지욱 씨
마지막까지 심사자의 손을 떠나지 않았던 장미화의 ‘홍상수 <자유의 언덕>에서의 조작된 기억, 본다는 것의 오류에 대한 소고’, 최현의 ‘변주되는 낭만적 사랑과 결혼의 신화’, 그리고 윤경원의 ‘스타일로 극복한 게임의 진부함 <숨바꼭질>’은 모두 훌륭한 평론이었다. 다만 몇 년 새 공모 규정이 바뀌어 이들의 단평을 읽고 심사할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중 윤경원의 ‘스타일로 극복한 게임의 진부함 <숨바꼭질>’은 작품이 지닌 공포와 스릴러적 요소를 게임에 비유해 정리하고, 등장인물들에 대해 배우로서 히스토리와 함께 영화적 해석을 가함으로써 작품을 단호하고 명쾌하게 분석해 낸 점이 탁월해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앞으로도 당선자는 물론이고 올 신춘문예 ‘영화평론’에 글을 내어준 모든 분들은 온몸이 부서져라 영화를 보고 글쓰기에 더욱더 치열한 삶을 살아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영화가 건강해지고. 영화평론이 더 활발히 살아나며, 한국의 영화 산업이 강건해질 테니까.
정지욱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