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이 온다’ 흥행 주인공, 손진책 ‘극단미추’ 대표-김성녀 예술감독 부부 4년만에 돌아온 마당놀이… 18회 중 12회 전석 매진 최근 사건 풍자로 녹여 처음 보는 작품처럼 느껴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는 국립극장 산하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소속 77명의 단원이 합심해 신명나는 무대를 꾸민다. 공연 초반 배우들이 관객들을 맞이하며 환영 춤을 추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24일 극장에서 만난 김 감독과 손 대표 부부는 국립창극단 내 김 감독의 사무실로 기자의 손을 잡아끌었다. 사무실 벽 사방에는 ‘만원사례’라고 적힌 흰색 봉투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마당놀이계의 평생 동료인 손진책(오른쪽)-김성녀 부부. 김 감독은 자신이 입은 니트와 손 대표가 입은 카디건이 모두 직접 뜨개질한 것이라면서 “부부의 연이 갈수록 더 깊어진다”며 웃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981년부터 30년간 마당놀이를 관람한 관객은 250만 명에 이른다. 매번 흥행에 성공하는 비결이 무엇일까. 연출을 맡은 손 대표는 “한국인이 한을 흥으로 푸는 민족이라 신명나게 이야기를 푸는 마당놀이가 본래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마당놀이를 무대에 올릴 때마다 당시 시대정신과 사회적 사건 등을 반영해 풍자했다”며 “관객들이 매번 마당놀이를 새롭게 느끼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엔 심 봉사가 밥상을 차려온 심청에게 “아가, 땅콩은 접시에 담아왔느냐”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풍자해 관객의 웃음을 뽑아낸다. 또 심 봉사가 관객석으로 가서 여성을 더듬는 척할 때 부인이 말리자 “대낮 골프장에서 딸 같은 여성을 콕콕 찌른 것도 아니고…”라고 말하며 최근 한 정치인의 성추행 사건을 풍자하기도 했다.
그래도 손 대표와 김 감독에게 가장 귀한 관객은 몸이 불편한 고령의 노인들이다. 이들은 “공연장을 평생 한 번도 안 와보신 것 같은 어르신들이 자녀들이 예매해줘서 온 뒤 공연 내내 흥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하실 때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