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用 영화 두 편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가 되면 항상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영화 ‘숲 속으로’(위쪽 사진)와 ‘노엘의 선물’은 이 시즌에 딱 어울리는 따뜻함과 순수함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단, ‘숲 속으로’는 동화인데도 성인 코드가 상당히 나오고, ‘노엘의 선물’은 현실 세계인데도 판타지가 강하다. 호호호비치·언니네홍보사 제공
만족스러웠건 아니건 연말 연초 분위기는 성탄절부터 시작된다. 허나 ‘따신’ 구들방에 누워 TV 리모컨을 돌리는 이도 많을 터. 해마다 틀어대 어디서부터 봐도 다 아는 ‘나 홀로 집에’나 ‘다이하드’가 지겹다면 극장가로 나서 보자. 마침 딱 크리스마스는 물론이고 연말 분위기가 물씬한 미국 영화 ‘숲 속으로’가 24일 개봉했고, 프랑스 영화 ‘노엘의 선물’이 다음 달 8일 관객들을 찾아온다.
○ ‘숲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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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숲 속으로’는 여러 차례 토니상을 휩쓸며 명성을 떨친 뮤지컬. 2002년 ‘시카고’로 뮤지컬 영화에 일가견이 있음을 증명한 롭 마셜 감독이 연출을 맡아 관심을 모았다. 배우들 역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블런트 외엔 뮤지컬영화 출연 경험이 있거나 뮤지컬 무대 경력을 지닌 이들로 구성돼 기본기를 갖췄다.
재료가 훌륭하면 요리도 웬만해선 망하지 않는 법. 영화 ‘숲 속으로’가 딱 그렇다. 탄탄한 원작에 근사한 배우들이 어우러져 화려한 진수성찬을 펼쳐 보인다. 보통 이런 작품은 원작을 본 관객들이 더 고대하지만, ‘숲 속으로’는 몰라도 재미나다. 신데렐라부터 라푼젤, 잭과 콩 나무, 빨간 망토 등 친숙한 동화들을 맛깔나게 뒤섞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원작동화와 전혀 다른 전개에 개그 코드도 버무려 정신을 쏙 빼놓는다.
뭣보다 놀라운 건 스트립과 블런트의 노래 실력. 특히 스트립은 ‘맘마미아!’에서도 선보이긴 했지만, 누가 대신 부른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늑대 역을 맡은 조니 뎁은 짧은 분량에도 여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나 노래는 ‘래퍼’처럼 맛만 보여준다.
○ ‘노엘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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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의 선물’은 보는 내내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오르는 작품이다. 바로 ‘나 홀로 집에’ 시리즈의 케빈(매컬리 컬킨). 1990년대를 풍미했던 케빈처럼 사랑스러운 꼬마 캐릭터를 오랜만에 만나는 기쁨이 크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케빈이 하도 야무져 ‘까져’ 보였다면, 곰돌이 푸우처럼 통통한 앙투완은 순수하다 못해 다소 어수룩하다. 모르는 사람 함부로 따라가지 말란 교육도 안 받았단 말인가!
개봉 타이밍은 아쉽다. 아무리 봐도 성탄절 특집영화인데 개봉이 내년 1월 8일이다. 센 영화들 피한 맘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래도 너무 늦다. 동화에 바탕을 둔 ‘숲 속으로’와 달리 현실세계를 다루는데도 훨씬 판타지 같은 이야기 전개도 살짝 거슬린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