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크리스마스의 기적… 25일 다큐영화 첫 300만 돌파 예상 “미래의 내 모습 떠올라 펑펑 울었어요” “경륜서 위안 얻어”… 문화계 ‘어르신 신드롬’ 老배우 주연 ‘꽃할배’ ‘황금연못’에도… 10대이상 全연령층 관객들 몰려
76년을 해로한 황혼 노부부의 사랑과 죽음을 다룬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잔향이 갈수록 진해진다. 휴일엔 하루 30만여 명이 몰리며 23일까지 263만 명이 관람했다. 홍보사 영화사하늘은 “이 추세라면 크리스마스(25일)에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작인 ‘워낭소리’(약 293만 명) 기록을 깰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역대 다양성영화 1위인 ‘비긴 어게인’(약 343만 명)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다. ‘님아…’의 제작비는 약 1억2000만 원. 23일 현재 누적 매출은 204억3000여만 원으로 제작비의 170배 넘게 벌어들였다. 영화사하늘의 최경미 실장은 “중장년층은 비슷한 경험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청년층은 보편적 정서에 공감하며 76년을 해로한 노부부를 통해 ‘영원한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님아…’ 돌풍은 올해 문화계 전반을 흔드는 ‘어르신 신드롬’과 맞닿아 있다. ‘어르신 신드롬’은 그동안 비주류로 여겨지던 노년세대를 전면에 내세운 문화콘텐츠들이 ‘대박’을 치는 현상을 일컫는다. 중장년층 이상을 타깃으로 삼아 그들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판매하는 실버마케팅과는 결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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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선 ‘님아…’ 이전에 70대 할머니의 회춘을 다룬 ‘수상한 그녀’가 약 866만 명을 끌어모았다. 6월 스웨덴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도 화제였다. 동명소설은 올해 교보문고 집계 종합베스트셀러 1위(45만 부)에 올랐다. 공연에서도 이순재 신구 나문희 씨가 출연한 연극 ‘황금연못’(9∼11월)이 인기를 끌었다.
어르신 신드롬의 특징은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는 점이다. CGV에 따르면 ‘님아…’는 관객의 약 70.6%가 10∼30대였다. 연극 ‘황금연못’도 30대 이하가 65.7%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신드롬의 바탕엔 ‘진정성’에 대한 사회적 목마름이 배어 있다고 분석했다. ‘존경할 만한 어른’을 찾기 힘든 시대에 오랜 연륜에서 우러나는 경험치를 배울 수 있고, 골치 아픈 정치색이나 계층 갈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어느 나이대나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며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문화를 통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노년의 삶을 매력적인 부분만 부각시키거나 노인을 친근한 캐릭터로 포장함으로써 노년의 현실을 다소 왜곡해서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양환 ray@donga.com·이새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