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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블루라는 이름의 사슴

입력 | 2014-12-23 03:00:00


‘블루’, 성동훈. 2010년. 스테인리스스틸, LED조명, 구슬.

조각가 성동훈은 돈키호테 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스페인의 소설가인 세르반테스가 창조한 돈키호테라는 인물에게 매료되어 20년이 넘도록 돈키호테 연작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도 돈키호테형 인간이라고 믿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무모하지만 용기 있게 행동하는 인간 유형을 말한다. 엉뚱한 상상력과 기발한 행동으로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돈키호테를 삶과 예술의 모델로 삼은 그가 사슴, 그것도 수만 개의 파란색 구슬로 만들어진 사슴 조각품을 선보여 관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돈키호테 작가에서 사슴 작가로 변신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사슴은 양순하고 신비하며 고귀한 동물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는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관(冠)이 향그러운 너는/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라고 노래한 노천명의 시 ‘사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미셸 파스투로는 ‘블루, 색의 역사’라는 책에서 파란색이 사랑받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이제 블루는 환상적이고 매력적이며 안정을 가져다주고 꿈꾸게 하는 단어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 색깔과 그다지 상관이 없는 것에도 블루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 단어의 울림은 부드럽고 기분 좋으며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의미상으로도 블루는 하늘, 바다, 휴식, 사랑, 여행, 바캉스, 무한함 등을 떠올리게 한다.’



블루라는 이름의 사슴 조각을 감상하면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파란 사슴처럼 시적(詩的)인 성동훈표 돈키호테가 새롭게 태어날 것만 같아서.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