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경영악화 광고규제 탓하며… 유료방송 고사 위기엔 나몰라라 광고총량제 이르면 23일 입법예고… 방통위가 미디어 생태계 흔들어
김창덕·산업부
방송 전문가 사이에서는 “모든 정책을 만들 때는 원인 분석, 현 상황 파악, 영향 예측을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의 숙원을 이뤄주느라 이 3가지를 모두 간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통위는 우선 지상파 방송사의 경영 악화 원인을 광고 규제 탓으로 돌리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2013 방송영상산업백서’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의 연간 시청률은 2010년 20.97%에서 지난해(1∼11월) 18.79%로 2.18%포인트 내려갔다. 평일 오후 10시대 드라마 시청률(닐슨코리아)도 지상파 3사 합계가 2010년 48.8%에서 올해 1∼10월 31.3%로 17.5%포인트나 떨어졌다. 시청률 하락이 광고 매출액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인 것이다. 그런데도 지상파 3사 직원들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 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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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의 졸속 정책은 방송업계는 물론 전체 미디어시장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 방송사가 1000억∼2500억 원의 광고물량을 더 가져가면 당장 군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고사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전통 미디어업체인 신문 광고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신문협회는 10월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허용되면 신문과 중소·지역방송 등 경영 기반이 취약한 매체들의 광고 예산이 지상파 방송의 수익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지상파 챙기기에만 급급한 방통위는 다른 미디어업체들을 관할하는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는 제대로 협의도 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40일에 이르는 입법예고 기간 중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방송광고산업 활성화 전문위원회’를 들러리로 세운 것처럼 또다시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철회할 시간과 명분은 아직 충분하다.
김창덕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