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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發 호재 누른 ‘러 악재’… 증시-환율 요동

입력 | 2014-12-19 03:00:00

美연준 초저금리 유지 발표에도 코스피 장중 연중 최저점 밀려




러시아발 금융 불안 등 대외 악재로 ‘산타랠리’가 실종되면서 18일 코스피가 전날 대비 0.14% 하락한 1,897.50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1,900 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국제유가 하락으로 촉발된 러시아발(發) 금융 불안이 한국 시장에도 그 위력을 본격적으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내년 3월까지는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18일 국내 증시는 장중 한때 1,880대 초반으로 밀리는 등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외국인이 5000억 원 이상의 주식을 팔고 나가면서 원-달러 환율도 15일 이후 사흘 만에 달러당 1100원 선을 넘어섰다. 저유가는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면이 있지만 아직은 러시아 등 신흥국들의 경제 불안이 국내 시장에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양상이다.

○ 미국 경제만 ‘나홀로 독주’

이날 코스피가 강세로 출발할 때만 해도 17일 연준의 결정이 러시아 위기의 진정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미국의 조기(早期) 금리 인상 우려가 사라지면 글로벌 시장의 달러화 강세가 억제되고, 이는 유가 하락세를 막아 러시아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면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자본 유출을 최대한 줄여 불안심리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이날 증시는 오전 중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더니 이후 1,900 선 아래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미국발 호재가 최근 금융시장의 악재들을 단번에 누그러뜨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 최호상 연구원은 “현재 세계경제를 보면 미국만 ‘나 홀로 독주’를 하고 있을 뿐 전반적으로 성장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 수출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도 “선진국 증시는 연준의 결정에 안도했지만, 한국 등 신흥국 증시는 러시아의 불안에 더 영향을 받았고 이것이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루블화 약세 심화→물가 상승 압력 가중→금리 인상→내수 위축→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도에 봉착했다. 이런 상황에서 찾아온 국제유가의 폭락은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의 천수답(天水畓) 경제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한국경제, 금융불안 진정되면 低유가 혜택 볼 것” ▼

○ 저유가 자체는 한국에 축복


다만 정부 당국과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단기간에 디폴트(채무불이행) 등 최악의 상황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러시아는 1998년 당시보다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정부도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러시아 위기가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또 국내 금융회사들이 러시아에 제공한 돈(익스포저)도 전체 해외 여신의 1.3% 수준이다.

러시아 위기가 신흥국으로 전이되지 않고 별 탈 없이 마무리된다면 한국은 오히려 유가 하락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유가가 10% 하락할 때마다 생산비용 감소로 한국의 성장률이 0.2%포인트씩 오른다는 분석이 있다”며 “현재 수준의 유가가 지속된다면 내년 성장률이 예상외로 4% 가까이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의 위기가 신흥국, 유럽 등지로 확산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와 유럽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을 받을 경우 한국 수출이 2.9% 감소하고 성장률은 0.6%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유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경우 러시아와 교역 비중이 큰 유럽의 수요 약화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국내 금융시장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김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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