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2013년보다 4.4% 감소… 새책 값 평균 11% 떨어져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지난달 21일 시행된 새 도서정가제에 대한 설명문이 붙어 있다. 시행 한 달 동안 도서 판매량은 줄고 가격은 다소 내렸다. 동아일보DB
○ 도서 판매량, 온·오프라인 차이 커
우려와 달리 도서 판매가 급감하진 않았다. 오프라인 서점 교보문고의 경우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25일간 판매된 도서 권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하락했다. 온라인 서점 판매량은 하락 폭이 조금 더 컸다. 온라인 교보문고는 7.2%, 예스24는 17.8% 감소했다. 분야별로 보면 ‘가정과 생활’ 분야가 36.7%, ‘국내문학’과 ‘해외문학’이 각각 33.5%, 29.5%로 감소 폭이 컸다
○ 책값 거품은?
도서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교보문고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출간된 신간 2302종의 평균 가격을 분석한 결과 1만540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신간 가격(1만7333원)보다 11.1% 싸졌다. 특히 아동서는 2만4569원에서 1만3129원으로 1만1000원이, 유아서는 1만3775원에서 9888원으로 3900원 가까이 하락했다. 이들 분야 책의 가격 거품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다만, 이 기간에 출간된 도서권수(2302종)는 지난해(2891종)보다 20.3% 감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일환 출판인쇄산업과장은 “신간 가격이 내렸지만 시행된 기간이 짧고 책 종수도 적어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6개월가량 지나야 가격, 판매량의 실질적 변화가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가 새 정가제 전후 국내 대형 참고서 출판사 4곳의 참고서 가격을 조사한 결과 곧 시판될 2015년 1학기 참고서 가격은 지난 학기보다 평균 4.5% 인상됐다. 2014년 1학기 인상률(3.3%), 2학기 인상률(0.5%)보다 1∼4%포인트가량 오른 것. 참고서 출판사들은 “새 정가제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저작권료 인상, 구매자 감소로 인한 단가 상승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 재정가 도서는 턱없이 부족
새 정가제에는 18개월이 지난 책의 가격을 다시 정할 수 있는 ‘재정가제도’가 포함됐다. 가격을 낮추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 시점에선 재정가 상황은 기대에 못 미친다.
지난달 21일 이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도서 재정가 공표시스템에 공지된 재정가 신청 도서는 1300여 종이다. 이들 책의 약 80%는 어린이 책이거나 철 지난 실용서, 어학서다. 한 출판사 대표는 “양질의 스테디셀러는 재정가를 안 해도 잘 팔리는 데다 재정가를 하려면 책을 반품 받아 일일이 표지를 갈아야 한다”며 “재정가가 스스로 가치를 낮추는 일이라는 인식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유아교육박람회에서 출판사 2곳이 15%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팔다가 정가제 위반으로 적발됐다. 또 연말을 맞아 온라인 서점에는 장난감과 책을 묶은 세트 상품을 통해 책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세트 상품은 국제표준도서번호(ISBN)가 아닌 일반상품으로 등록돼 정가제 적용이 안 된다. 책 크기와 종이 질을 조금만 변형시킨 후 홈쇼핑을 통해 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새 정가제의 사각지대만 연구하는 출판사가 많다’란 소문이 돌 정도.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새 정가제에서 세밀히 정리하지 못한 부분은 시행령으로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18일 서울 마포구에서 회의를 열고 새 정가제 한 달간의 문제점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