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공기관 R&D예산 감사
지난해 9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소속 연구원의 한 직원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유흥주점에서 양주와 맥주, 안주를 시켜 먹은 뒤 89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그러고는 “이 돈을 기술개발 관련 연구회의에 사용했다”고 허위 증빙서류를 제출했다.
‘룸살롱 연구회의’는 이곳에서만 열리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 결과 한수원, 한전원자력연료주식회사, 한국전력공사 등 3개 공공기관 소속 임직원들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512차례에 걸쳐 1억1900만 원을 유흥주점이나 노래방 등에서 펑펑 쓴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개발(R&D)을 위한 공공기관 예산이 줄줄이 새고 있었던 것이다.
2010년 5월∼2013년 1월 한수원의 용역을 받아 11개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한 국내 한 대학 산학협력단의 A 교수는 한수원과 연구 용역 계약을 맺을 때 18명의 ‘가짜 연구원’을 등록해 2억8000여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16일 감사원은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 21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R&D 투자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연구비를 빼돌린 사례를 적발하고 해당 기관 총괄책임연구원 등 7명의 문책을 요구했다.
감사 결과 미래창조과학부는 매년 공공기관별 경영여건 등을 종합해 R&D 투자권고 금액을 산정해야 하지만 각 기관이 무분별하게 뻥튀기한 투자계획을 별다른 검토 없이 받아들여 권고 금액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자원공사와 가스공사는 2012년도 R&D 투자 우수 공공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실제 투자 실적은 미미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공공기관의 R&D 예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기관별 연구과제 중복성 검토’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보안이 요구되지 않는 개발과제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를 투입해 객관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R&D 기획단계 이후 평가·보상단계까지 체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