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파견 근무 형태로 국장급 간부를 인사 교류한다. 맞교환할 자리는 기재부의 민생경제정책관(부이사관급 개방직)과 한은의 국제국 부국장으로 정해졌다. 거시경제정책을 맡은 중앙부처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의 고위 간부 인사 교류는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인사 실험이다.
국장급 인사 교류는 기재부 장관을 겸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올해 9월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서로의 생각과 조직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제의하고 이 총재가 동의해 성사됐다. 기재부 서기관이나 사무관, 한은 팀장이나 차장이 파견 형식으로 상대 조직에서 일한 적은 있지만 이번엔 정책 결정권을 지닌 국장급 교류여서 무게감이 다르다.
기재부와 한은은 조직문화가 확연히 다르고 두 기관의 역할과 위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적도 있다. 1996년과 1997년에는 이른바 ‘한은 독립성’ 문제를 둘러싼 공개적 마찰이 감정 대립으로 치달아 외환위기를 막는 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한 원인이 됐다. 올해 9월에는 최 부총리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힌 날에 이 총재가 “재정·통화정책에는 한계가 있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간부 인사 교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주요 이슈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을 원활히 해 ‘정책 엇박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