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중앙지검이 ‘정윤회 문건’에서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 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국정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정 씨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지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씨의 위세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일을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들’로 규정한 바 있다. 문건 진위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정 씨와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문고리 권력 3인방’ 등이 지난해 10월부터 정기적으로 만나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등을 논의한 사실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짓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이번 문건으로 확산된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될 수는 없다. 정 씨는 이재만 비서관과 전혀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장했다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휴대전화 문자를 보낸 사실을 폭로한 후에 말을 바꿨다. 작년 8월 대통령 지시로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 과장을 교체하는 과정에 정 씨 측이 영향을 미쳤다는 유진룡 당시 장관의 증언도 나왔다. 정 씨와 박 대통령의 접촉은 끊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이 뽑은 3인방과의 인연은 지속됐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정 씨가 올해 8월 박근혜 공식팬클럽 ‘호박가족(박근혜를 좋아하는 가족)’ 멤버들과 함께 참석한 독도 음악콘서트에 청와대 측이 일부 대기업의 협찬을 요청한 경위도 석연치 않다.
박 대통령의 친동생인 지만 씨는 정 씨 측이 자신을 미행했다고 믿고 있고, 정 씨는 3인방과 조 전 비서관 등 민정라인 사이의 권력다툼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의 생산 및 유출 과정에서 드러난 권력 암투설을 포함해 정 씨와 관련된 의혹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검찰이 소극적으로 수사를 끝내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