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처음 봤을 때 어딘지 모르게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이 약간 어색해 보였다. 특유의 우아함보다는 작고 단단해 보이는 디자인에 109마력의 출력이 미심쩍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가 가진 근본적인 성격과 경쟁차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니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벤츠가 다른 모델들과 달리 실용과 재미를 겨냥해 만든 모델이기 때문이다.
A클래스는 3000만 원대에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벤츠로 그만큼 젊은층도 접근하기 쉽다. 특히 최근에 국내에 출시된 A180 CDI 모델은 1.5리터 디젤엔진을 얹어 실용성을 배가했다.
A클래스는 플랫폼을 B클래스와 공유하고 있지만, 전고를 12cm 낮춰 보다 안정적이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B클래스가 가족과 함께 타는 부드러운 여성의 이미지라면, A클래스는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느낌이 강하다. 벤츠 디자인팀은 스포티하지만 볼륨감이 있어야하고 고유의 세련됨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A클래스를 디자인했다고 한다.
#최고 수준의 연비, 1회 주유로 1000km 달려
A180에서 연비는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공인연비가 1리터당 19.3km로 용량 50리터인 연료탱크를 꽉 채우면 1000km 가까이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꽉 막힌 서울 도심을 130km가량 달린 뒤 측정한 실제 연비는 16km/ℓ를 넘겼다. 연비에 신경 쓰지 않고 교통흐름에 따라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거칠게 운전한 결과다. 만약 연비를 위해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밟았다면 훨씬 더 좋은 수치가 나왔을 것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약 25km가량 정속주행으로 달린 뒤 측정하니 22km/ℓ를 넘겼다.
#도심에서 자유자재로 미끄러지듯 움직여
주행성능도 운전자를 즐겁게 한다. 언뜻 수치만 보면 최고출력 109마력에 최대토크 26.5kg.m는 약해 보이지만, 실제로 주행하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도심에서의 운전 재미는 압권이다. 디젤차답게 중·저속에서 밀어붙이는 힘이 꾸준하고 추월이나 차선을 바꿀 때 순간적인 가속도 뛰어나 주행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다.
이런 재미는 도심에서 단 하루만 달려 봐도 운전자가 차의 매력에 쏙 빠져들도록 만든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민첩하게 움직이고, 도심을 자유자재로 미끄러지듯 빠져 다니는데 어떤 운전자가 마다하겠는가. 이는 성능 좋은 파워트레인과 단단한 차체, 잘 맞는 균형(밸런스) 등 삼박자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다양한 안전편의사양도 눈여겨 볼만하다. 집중력 저하를 막아주는 주의어시스트와 어댑티브 브레이크 라이트, 7개의 에어백이 기본 장착됐다. 또한 레이더 센서를 통해 전방 차량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고 판단되면 경고등이 켜지며 경고음을 울려주는 CPA(Collision Prevention Assist)도 있다. 이 기능은 급제동 시 앞차와의 거리가 짧을 경우 BAS(Brake Assist System)과 연동해 가장 빠르게 차를 세울 수 있도록 제동을 최적화해준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