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두 스포츠부 차장
그럼에도 바흐 위원장을 정면으로 비난할 수 없는 것은 그의 제안이 뜬금없이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IOC 집행위원회가 열리기 전부터 외신들은 “IOC가 5일부터 열리는 집행위원회에서 경기장 건설비용을 둘러싸고 정부와 강원도 사이의 마찰 우려가 커지고 있는 평창 올림픽 준비 과정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4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올림픽의 개최 자체에 불안을 느낀 IOC는 그 해결책으로 기존 경기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산 개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림픽 성공 개최가 조직의 최고 가치인 IOC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따라서 우리가 자초한 일이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 평창 조직위는 올림픽 개·폐회식장 건설비용 662억 원을 정부가 50%, 강원도와 조직위가 50%씩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강원도의회 시군 의장단은 IOC에 제출한 유치신청서에 개·폐회식장 등 대회 운영 관련 시설은 조직위원회가 맡기로 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개·폐회식장을 조직위가 건설하지 않으면 올림픽 반납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어 강원도의회는 내년도 예산 심의에서 평창 올림픽 관련 4개 경기장 건설을 위한 강원도의 부담액 352억6633만 원을 모두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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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평창 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산업연구원은 “평창 올림픽 유치로 총생산 유발 효과가 20조 원을 넘을 것이고 23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다”고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64조9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달 녹색연합은 “평창 올림픽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 예산 심의 과정을 분석한 결과 재정 규모가 유치 당시 8조8000억 원에서 13조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대회 반납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대규모 국제 스포츠대회는 이제 더 이상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오히려 파산에 이르게 하는 막대한 카드 빚이 돼버렸다. 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 평창 조직위는 아직까지 의류와 통신을 제외하고는 대형 스폰서를 유치하지 못해 재원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투자 대비 효과가 작다는 분석에 따라 겨울올림픽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크게 줄어 앞으로도 스폰서 유치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2022년 겨울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가 중도 포기 선언을 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규모 스포츠대회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적지 않다.
이현두 스포츠부 차장 ruchi@donga.com